저출생·고령화에 돌봄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가사도우미 숫자는 급감하고 있어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급여를 최저임금보다 낮게 차등 적용해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채민석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5일 열린 ‘한은·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급증하는 돌봄 서비스직 수요를 국내 노동자만으로 충족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돌봄 서비스직에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하되 이들에 대한 임금을 낮춰 수요자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가사·육아도우미 종사자 수는 2014년 22만 6000여 명에서 지난해 11만 5000여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가사도우미 서비스 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간병인 고용 비용은 월 370만 원으로 간병비를 주로 부담하는 자녀 세대인 40~50대 중위소득의 59%일 정도로 부담이 크다. 지난해 육아도우미 비용(월 264만 원) 역시 중위소득의 48%에 달한다. 최저임금도 중위임금의 60.9%(2022년 기준)까지 높아져 미국·일본 등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간병·가사인력이 2042년 61만 명에서 많게는 155만 명이나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국내법(근로기준법·외국인노동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이 국적에 따른 임금 차별을 금지한다는 점이다. 한은은 이를 우회할 방법으로 개별 가구가 직접 외국인 노동자와 사적 계약을 하거나 돌봄 서비스업 자체에 별도의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적 계약을 하게 되면 서비스 제공자(외국인 노동자)의 지위가 근로자와 개인사업자의 중간으로 간주돼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외국인고용허가제를 돌봄 서비스까지 확대하고 이 업종에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는 것 또한 방법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정할 수 있다. 1978년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한 싱가포르의 경우 최저임금 제도가 없지만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2021년 기준 매달 1442싱가포르달러(약 143만 원)를 받는다. 채 과장은 “돌봄비 부담에 가족 간병이 늘면 경제 손실은 2022년 19조 원(국내총생산 대비 0.9%)에서 2042년 46조~77조 원(2.1~3.6%)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전용 비자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추진 중인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 서비스는 국가 간 협약을 통해 인력 송출이 제한되는 E-9 비자여서 근본적인 수급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18만여 명에 달하는 외국인 유학생을 활용하는 방안 역시 대안으로 거론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기업 근로자, 소상공인 등 누구나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비용을 덜어주는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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