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 동구 봉무동에 위치한 씨아이에스(222080) 대구1공장. 2월 말 방문한 공장은 납품을 앞둔 2차전지 장비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소식이 무색해지는 현장이었다. 김동진 씨아이에스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올해 누적 수주잔고가 1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배터리 고객사의 발주 문의가 많아 거절해야 할 지경”이라고 전했다.
대구에 본사를 둔 씨아이에스는 배터리 내 양극·음극을 만드는 전극 공정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제조하는 중견 기업이다. 과거 일본이 선점하던 캘린더링(프레스) 장비를 2008년 최초로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장비는 고온, 고압 환경에서도 1.5마이크로미터(㎛) 오차 범위 내로 전극 두께를 더 얇고 균일하게 압축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전극 공정 장비는 배터리 성능의 90%를 좌우하는 만큼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이 한국산을 쓰려고 한다”면서 “중국 장비는 가격이 더 저렴하지만 불량품을 만들어내는 비율이 높아 기술적으로는 한참 뒤처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장비 업체 중 품질 관리가 까다로운 일본까지 전극 공정 장비를 수출하는 기업은 씨아이에스가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씨아이에스는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레이저 기술을 접목한 하이브리드 코터 장비 개발에 성공하는 등 기술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코팅 공정에선 점성이 있는 상태의 소재를 일정한 두께로 기판에 도포한 뒤 건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기존에는 열풍으로 오랜 시간 말렸지만 씨아이에스는 레이저 건조 기술을 접목해 생산 속도를 2배나 개선했다. 김 대표는 “길이가 100m 넘었던 코터 설비가 50m 수준으로 단축되면서 생산 효율성을 높이려는 글로벌 배터리 고객사의 관심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하이브리드 코터는 2차전지 장비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소재·장비 분야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로 화재 위험성은 낮추고 에너지 밀도는 높인 것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2027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차세대 소재·장비에 대한 투자를 선제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이미 전고체용 코터 장비 시제품을 개발한 만큼 다른 경쟁 업체들보다 한발 앞서 있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씨아이에스는 전고체 배터리 소재·장비 개발 국책과제 총괄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배터리 장비 시장에서 쌓아온 선도적인 기술력을 발판으로 실적은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3102억 원으로 전년 대비 9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89억 원으로 같은 기간 399%나 뛰었다. 영업이익률이 약 13%로 장비 회사 중에선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김 대표는 “지난해 신규 수주 실적이 6000억 원 정도인데 올해에는 그 이상일 것”이라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더라도 별다른 부정적인 영향을 받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김 대표는 씨아이에스를 인수한 국내 종합 장비회사 에스에프에이(SFA)와의 시너지를 강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에스에프에이가 씨아이에스가 생산하지 않는 2차전지 조립·화성 장비를 제조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배터리 제조의 전 공정을 턴키 공급할 수 있는 솔루션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장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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