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가치투자자로 불리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사진)이 대표이사(CEO) 자리에서 물러난다. 1996년 신영자산운용 창립멤버로 합류한 지 28년, CEO 자리에 오른지 7년 만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와 신영증권(001720)에 따르면 허 사장은 최근 사의를 표명하고 내달부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고문직을 맡을 예정이다. 후임 CEO로는 엄준흠 신영증권 부사장이 내정됐다.
허 사장은 1996년 설립한 신영자산운용 창립 멤버이자 가치투자 1세대 매니저다. 우량 종목을 싸게 사들여 장기투자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신영마라톤주식형펀드’, ‘신영밸류고배당주식형펀드’ 등 국내 대표 주식형 펀드를 키워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사장(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창업자(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3대 가치투자자로 명성을 떨쳤다. 지난 2017년부터는 대표이사로 신영운용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가치주보다 성장주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설정액이 감소하고 공모펀드에서 상장지수펀드(ETF)로 투자 트렌드가 옮겨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에는 수익성 저조를 이유로 국민연금으로부터 위탁받았던 자금을 모두 회수당하기도 했다. 이로써 이 사장과 강 회장에 이어 허 사장까지 현직에서 물러나면서 가치투자 1세대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허 사장은 “때가 돼 후배들에게 맡기고 물러나는 것”이라며 “향후 2년간은 고문자리에서 신영자산운용의 가치투자 철학을 이어가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신임 대표로 내정된 엄준흠 부사장은 파생상품 전문가로 2015년부터 부사장 겸 세일즈앤트레이딩(Sales&Trading)부문장을 담당해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