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이 7일 “스타트업·소상공인·소비자의 부담을 야기하는 플랫폼 독과점 폐해를 효과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외의 우려로 재검토에 들어간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 제정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초청 특별 강연의 연사로 나서 “플랫폼 시장은 변화 속도가 매우 빨라 공정위가 제재하더라도 경쟁사가 퇴출당하는 등 ‘사후약방문’ 식 뒷북 제재가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내외 업계 및 이해관계자의 폭넓은 의견 수렴을 통해 합리적인 법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면서도 “(향후 소통 계획 및 법 추진 일정 등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의견 수렴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만 했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4월 총선 직후 여야 대치 구도를 살펴가며 플랫폼법 재추진 시기를 확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말 독점적 지위를 가진 대형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하고 반칙 행위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미국 재계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 여론이 일자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을 포함한 법안 내용 전반을 재검토하겠다고 후퇴한 바 있다. 이후 한 달 만에 경쟁 당국 수장이 직접 입법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날 오찬 간담회장에는 쿠팡·구글·애플 등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이 우려되는 기업 관계자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암참 측의 참석 요청에 이들이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가진 아시아태평양 지역 비즈니스 허브로서의 잠재력 발현을 위해서는 국내·외 기업 모두에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플랫폼 법 등 새로운 법안이나 정책을 수립·추진할 때 관련 업계와 충분한 시간을 갖고 투명하게 소통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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