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의 주요 제품이 중국 e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알리)에 입점했다. 납품가를 두고 쿠팡과 갈등을 벌인 끝에 현재까지도 주요 제품인 햇반과 비비고의 로켓배송을 재개하지 못한 CJ제일제당이 알리의 손을 잡은 셈이다. 알리가 한국 식품업계 1위 업체인 CJ제일제당까지 입점시키면서 토종 e커머스 플랫폼이 느끼는 위기감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홈페이지 및 앱 내에서 국내 브랜드 상품을 선보이는 ‘K-venue(베뉴)’를 통해 CJ제일제당의 주요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비비고 만두와 배추김치를 포함해 스팸, 햇반, 간편식 등 54개종 상품이 이날 입점했다. 반면 CJ제일제당 주요 제품의 쿠팡 로켓배송은 지난 2022년 11월부터 1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제조업체가 새로운 유통 채널을 확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사업 성장은 물론 소비자 선택권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즉석밥과 만두·가공햄 등 제일제당이 보유한 다수 상품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입점의 파급력이 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알리는 이날 홈페이지 팝업으로 제일제당 입점을 홍보하는 한편 쿠폰코드를 발급해 ‘고메’ 중화요리 간편식 가격을 큰 폭으로 할인했다. 같은 방식으로 햇반과 비비고 왕교자 등 대표 제품이 기간 한정 할인에 들어갔다. 알리가 국내 기업의 입점에 맞춰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기획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국내 기업이 입점할 때는 한 적 없는 특별대우”라며 “그만큼 이번 입점의 의미가 알리에게도 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내 e커머스업체들의 위기감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알리는 지난해 10월 K베뉴를 신설하고 한국 브랜드 상품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입점과 판매 수수료, 배송비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파격적인 조건이 무기다. K베뉴 론칭 당시 입점 업체는 애경·유한킴벌리·P&G·깨끗한나라·로보락 등 5개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대폭 확대됐다. 쿠쿠 등 생활가전 브랜드 입점에 이어 뷰티업계 ‘톱2’ 업체로 꼽히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도 들어왔다.
최근에는 과일과 채소·수산물·육류까지 판매하기 시작했다. 앞서 서울 근무 조건으로 신선식품 상품기획자(MD)를 채용한 데 이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 모양새다. 롯데칠성음료와 코카콜라를 포함한 식품업체 입점도 이어지고 있다. 동원F&B도 올해 1분기 이내 합류를 추진하고 있다. 대상과 삼양식품, 풀무원 등은 현재 입점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전해졌다.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는 “K베뉴에 입점한 국내 브랜드들이 판로를 다각화할 수 있도록 지원함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K베뉴를 통해 국내의 많은 판매자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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