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SK그룹 주식을 꾸준히 처분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 부회장의 지분 매각이 증여세 납부 등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독립 경영을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이달 5일, 6일 등 사흘에 걸쳐 SK(주) 주식 16만 7000주를 장내 매도했다. 평균 19만 1704원에 팔아 약 320억 원을 현금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도로 최 부회장의 보유 주식은 지난해 9월 26만 7815주(0.36%)에서 10만 815주(0.14%)로 줄었다. 최 부회장은 지난 2018년 11월 형인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166만주를, 2019년 7월 최기원 이사장으로부터 29만 6668주를 각각 증여받아 총 195만 6668주, 지분 2.76%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이후 매년 상·하반기에 한 차례씩 꾸준히 주식을 팔면서 보유 지분의 90% 가까이를 처분했다.
재계에선 최 부회장의 지분 매각이 증여세 납부 등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부회장이 2018년 최 회장으로부터 증여 받은 주식 166만주의 당시 가치는 약 4490억 원으로, 내야 하는 증여세만 2000억 원대 중반으로 추정된다.
다만 최 부회장은 지금까지 SK(주)의 지분은 물론 보유하고 있던 SKC와 SK네트웍스의 지분 매각으로 증여세를 모두 내고도 남을 저도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 부회장이 향후 독립 경영을 위한 실탄 확보를 위해 지분을 꾸준히 매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SK그룹은 ‘따로 또 같이’라는 경영 철학을 통해 사촌 간 독자적인 경영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계열분리에 대한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 부회장은 현재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 자회사 SK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배터리 사업 분리독립을 위한 재원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 부회장의 독립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K온은 공격적인 글로벌 투자에도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룹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사격이 절실한 상황이다. 기업가치도 20조 원 이상으로 평가 받고 있어 지분 매입에는 조 단위의 자금이 필요할 전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계열분리 요건을 갖춘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도 사업 시너지를 위해 그룹 내에 머물고 있다"며 "최 부회장의 독립 가능성은 낮고 SK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지분인 만큼 개인적인 용도로 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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