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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비엔에이치에 과징금 17억 원…하청업체 온갖 갑질

하도급 대금 후려치고 비용 전가

직접 공사비보다 낮은 대금 설정

일방 계약해지 등 부당특약 설정





반도체 설비 및 배관 공사 등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 비엔에이치가 하청업체와 계약하면서 공사 대금 부당 인하, 물품 강매, 자사 비용 대납 등 다양한 갑질 행위를 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17억 원대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위는 비엔에이치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7억 7300만 원을 부과한다고 10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산업용 기계 제조업체인 비엔에이치는 2019년 8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수급사업자에게 '메디톡스 오송 3공장 배관공사'를 위탁하면서 도급계약서상 직접공사비를 합한 금액(18억 9500만 원)보다 낮은 금액(9억 1000만 원)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했다. 이 공사와 관련해 비엔에이치 측이 부담해야 할 가스 대금 및 장비 임차료 등 6300만 원을 수급사업자에게 대신 지불하도록 떠넘기기도 했다



2020년 3월 이천 하이닉스 배관 공사 때는 경쟁입찰로 수급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입찰 최저가(83억 3900만 원)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 금액(80억 6800만 원)을 결정했다. 계약 체결 과정에서 비엔에이치는 특정 자재 공급 업체에서 기존 단가보다 높은 단가로 자재를 구매할 것을 수급 사업자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합당한 이유 없이 하도급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비엔에이치는 수급사업자들과 계약서에 '간접비에 대해 별도 지급하지 않는다', '원사업자에 특별한 즉시 해제·해지 사유를 부여한다'는 등의 부당한 특약을 설정하기도 했다.

그 외 공사를 진행할 때 하도급 계약 체결 이후 공사원가 상승 등 이유로 발주자로부터 공사 대금 91억 원을 더 받았는데, 자신의 하청업체에는 공사 대금을 올려주지 않으며 관련 사실을 통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엔에이치는 또 하도급 대금 지급 보증 의무 위반, 하도급대금 조정 의무 위반, 서면 발급 의무 위반 등이 공정위 조사를 통해 적발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비엔에이치의 행위로 인해 건설 경기 위축 상황에서 영세 하도급업체들이 부당한 손해를 입었다고 보고 제재를 결정했다. 공정위는 “고물가 등으로 건설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행한 불공정하도급거래 관행을 엄중하게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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