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업체들이 부상하는 가운데 한국 e커머스 업체들은 각종 규제로 역차별 피해까지 받고 있다.
11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알리·테무 등을 통해 한국에 해외 직구 물건을 파는 중국 셀러들은 안전 인증은 물론 관세·통관 규제를 받지 않는다. 현행 법상 해외 판매자가 국내 개인을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할 경우 판매자는 상품 안전과 관련된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알리나 테무에서 취급하는 제품이 한국 판매자들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저렴한 가격인 이유도 상당 부분 여기에 있다.
현행 법상 해외에서 150달러(미국은 200달러) 이하 상품을 직구할 경우 관세가 면제되는 부분도 면세 조건을 낮추도록 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중소 셀러들 사이에서 나온다. 네이버·G마켓에 입점해 의류를 판매하는 한 중소 셀러는 “현재 구조 하에서는 가격 측면에서 중국 셀러를 당해낼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최소한 우리에게 적용되는 규제나 의무만큼 중국 업체들도 감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면세 조건을 인하하더라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알리나 테무에서 판매되는 초저가 공산품 가격을 고려했을 때 소비자들의 1회 구매 비용이 10만 원을 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 입장에서 관세를 피하기 위해 1회에 구매할 것을 시간 차를 두고 2~3회에 나눠서 사버리면 면세 혜택을 여전히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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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해외 직구 관세를 건당으로 매기는 것과 함께 1인당 연간 총액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1인당 해외 직구 연간 총액을 1000달러로 제한해 해당 금액 이상을 구입할 때도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은 방식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명품을 직구할 때 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고 저가인 중국 e커머스 업체 상품들은 적용되기 어렵다.
국내 중소 제조 업체 등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해외 직구를 규제했을 때 역설적으로 한국 소비자들이 반발할 우려도 있다. 중국 e커머스가 현재 인기를 끄는 이유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물가 상황 탓이 크다.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저렴하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 e커머스 업체 제품을 구입하는 국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구매 장벽을 높이면 이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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