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강원을 데이터 산업 생태계의 거점이자 클러스터로 만들 것”이라며 “강원 경제 특별자치도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강원특별자치도청에서 ‘민생을 행복하게, 강원의 힘’을 주제로 19회째 민생 토론회를 주재하고 “강원의 주력 산업을 디지털·바이오 기반의 첨단 산업으로 재편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강원은 과거 탄광에서 광물을 캐 산업화를 뒷받침했다. 또 안보의 버팀목으로 홍수와 가뭄, 재난 재해로부터 수도권을 지켜주는 역할도 했다. 하지만 각종 규제에 묶여 경제 발전은 더뎠다. 윤 대통령은 “안보·경제·안전·환경 등 여러 측면에서 강원에 큰 빚을 지고 있다”며 “지역 발전을 옥죄는 규제 혁신이라는 약속을 하늘이 두 쪽 나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선 춘천을 카타르의 수도 도하 같은 세계적 데이터센터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AI) 시대 디지털 발전의 핵심 인프라다. ‘강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해 소양강댐의 차가운 물을 데이터센터 냉방에 쓰고 데워진 물은 스마트팜에 쓰겠다는 구상이다. 춘천은 서울·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도 있다.
윤 대통령은 “데이터센터를 24시간 가동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가운데 40%가 뜨거워진 서버를 식히는 데 사용된다”며 “소양강댐에 담긴 5억 톤의 차가운 심층수를 냉각수로 활용하면 전력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 구글이나 아마존 등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의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것 역시 풍부한 액화천연가스(LNG)와 석유로 싼 가격에 냉방 에너지 공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 말까지 춘천시 동면 일대에 3600억 원을 투자해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팜 첨단농업단지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2026년부터 개별 기업의 클러스터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도 육성한다. 윤 대통령은 “데이터 산업 기반으로 바이오 헬스를 육성하고 보건의료 데이터 글로벌 혁신특구를 지정해 입주 기업은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규제에서 벗어나 개발하고 다양한 영역에 도전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국내외 바이오 실증, 인증, 글로벌 바이오 등 혁신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춘천 ‘기업혁신파크’에 대해서도 “성장 거점으로 거듭나 4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도로 건설이나 재정 지원, 토지 이용 규제 완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춘천 기업혁신파크는 이곳에 본사를 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더존비즈온 주도로 남산면 광판리 일대에 368만 ㎡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총사업비는 9364억 원으로 2033년 완공 목표다.
윤 대통령은 동해·삼척에는 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도 조성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5년간 민관 공동으로 액화수소 기자재 산업 육성 지원 시설과 액화수소 생산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30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삼척에는 LNG를 활용한 수소 생산 플랜트를 구축하고, 동해에는 수소 관련 부품 제조 및 연구개발(R&D)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강원도 경제의 주축이 되는 관광 산업의 발전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강원도 ‘1호 공약’으로 설악산 케이블카를 약속드렸고 바로 이행했다”며 “앞으로 지역 주민이 원하는 곳에 케이블카를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또 “산림이용진흥지구에 포함된 국유림에도 산림관광열차·야영장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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