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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직원 80%가 구글 등 출신 외국인…美·유럽서 'C레벨' 영입도 활발

■외국인 채용 늘리는 벤처·스타트업

글로벌 진출·파트너사 확보 도움

"전세계 유능한 직원이 채용 대상"

BMW가 고객사인 서울로보틱스

엔지니어도 외국인력 비중 높아

"비자 문제로 귀국하는 인재 많아

E-7비자 자격 완화해야" 지적도





항공권·호텔·투어 예약 등 여행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스(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글로벌리어는 전체 임직원 20명 중 16명이 외국인이다. 카자흐스탄·스페인·핀란드·프랑스·중국·미국 등 국적도 제각각이다. 특히 이들 중에는 구글과 애플 본사를 비롯해 항공 예약·판매 시스템 분야 글로벌 1위 회사인 아마데우스 등에서 남부럽지 않은 커리어를 보낸 이들이 상당수다. 이창현 글로벌리어 대표는 “고객사의 80~90%가 해외 기업이고 국내에서 찾기 힘든 경험과 역량을 보유한 인재들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국인 직원들이 늘어났다”며 “아직은 작은 회사지만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비자 처리 절차는 전담 변호사를 통해서 100% 대행하고 있다. 이사 비용 지원, 거주 장소 물색 등 회사 차원에서 해줄 수 있는 복지도 대폭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12일 벤처·스타트업계에 따르면 글로벌리어처럼 해외에서 고스펙 인재를 한국으로 데려오려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인재를 단순히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지 않고 회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설립 초기부터 ‘본 투 글로벌(born to glabal)’을 지향하고 전 세계 각지에서 글로벌 대기업 등을 고객사나 파트너사로 확보하는 데 성공한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외국인 인재 수요도 자연스럽게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례로 HR테크 원티드랩에 따르면 2024년 1월 기준 글로벌 마케터 공고 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7% 증가했다. 김진현 원티드랩 글로벌사업리드(총괄)는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은 제품 현지화 작업과 글로벌 마케팅 등을 담당할 외국인 채용을 점차 늘리고 있다”며 “2차전지·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 산업 분야는 당장 국내에서도 인재가 부족하다 보니 외국 인력으로 대체하려는 흐름도 감지된다”고 전했다.

BMW를 고객사로 둔 서울로보틱스가 대표적 사례다. 산업용 자율주행 기업인 서울로보틱스의 임직원 55명 중 20명은 외국인이다. 특히 회사의 핵심 부서인 엔지니어 부문은 30여 명의 직원 중 약 40%가 외국인이다. 이들은 독일뮌헨공대(TUM),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스웨덴 왕립공과대(KTH)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공과대학 출신들이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는 “전 세계에서 영어 구사가 가능한 인재라면 누구나 채용 대상으로 삼고 있다”면서 “고객사인 BMW에서 경영진뿐만 아니라 엔지니어까지 모두 영어를 사용하는 한국 기업은 처음 봤다고 말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외국인 인력 비중이 높다 보니 글로벌 시장 진출에 유리한 면이 많다. BMW로부터 계약을 따내고 현재까지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오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업계에서는 외국인을 C 레벨에 영입하는 사례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고 말한다. AI 기반 영상 인식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인 스트라드비전에 입사한 필립 비달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는 테슬라에서 모델3에 대한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 개발을 담당하는 글로벌팀의 리더를 지냈다. 모델3의 대표적 수익 창출 지역인 유럽·중국·멕시코 등에서 성공적인 출시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비달 CBO는 입사 배경과 관련해 “전략적 이니셔티브 추진 등 최첨단 기술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표준을 설정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인재를 채용하려는 흐름은 점차 확산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 마케팅·채용 등 그간 한국인의 전담 영역으로 여겨졌던 직무에서도 외국인을 채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이 확산되려면 비자 취득 절차가 전향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학위와 경력을 갖춘 전문성을 요구하는 전문인력(E-7) 비자로 △석사 이상 학위 △학사 학위와 1년 이상 경력 △5년 이상 경력 중 하나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혹은 학사 학위를 받은 외국인이 연수비자(D-4)로 20개월 이상 연수받는 방법도 있지만 실제 연수 비자는 20개월까지 연장이 어려워 연수 비자에서 E-7으로 전환하는 사례는 드물다.

실제로 외국인 유학생이 유학비자(D-2)에서 E-7로 전환한 비율은 1% 미만에 그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D-2 비자에서 E-7으로 갈아탄 유학생은 15만 2094명 중 576명으로 0.4%에 불과했다.

김현정 사우스벤처스 부대표는 “E-7 비자는 전문학사 학위 이상의 외국인이 정부가 선정한 직종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을 주지만 까다로운 잣대 탓에 비자를 못 받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인력이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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