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가 한 달 이상 2600대에 머물며 횡보하자 증시 대기 자금이 빠르게 줄고 있다. 특정 업종·종목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면서 빚을 내 레버리지(차입) 투자에 나서는 수요만 늘어나는 분위기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 예탁금은 11일 53조 3436억 원을 기록해 올 1월 2일(59조 4949억 원)보다 6조 1513억 원이 감소했다. 8일에는 예탁금이 52조 5060억 원을 기록해 2월 13일(52조 9755억 원) 이후 처음으로 52조 원대로 주저앉기도 했다.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기거나 주식을 팔고 쌓아둔 돈이다. 개인투자자가 3월 4~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만 5조 8000억 원 이상을 팔아치운 점을 감안하면 주식을 팔고 예탁금으로 쌓아둔 돈보다 계좌에서 순유출된 금액이 더 컸던 셈이다. 개인은 지난달 13일부터 이날까지 한 달 동안도 코스피에서 3조 5000억 원 이상을 순매도하면서 계좌 예치 금액은 큰 차이 없이 뒀다.
반면 신용융자 잔액은 11일 18조 9268억 원으로 지난해 10월 6일(19조 1750억 원) 이후 5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17조 5584억 원)과 비교하면 1조 3684억 원, 지난달 말(18조 5262억 원)과 대비하면 4006억 원이 각각 증가했다. 신용융자 잔액은 코스피(10조 1548억 원), 코스닥(8조 7720억 원) 모두 연중 최고치다.
이런 현상은 최근 주가지수가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시장 실적과 성장을 이끌 확실한 주도주가 사라지자 개인의 국내 증시 주목도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공지능(AI) 관련주가 주도하는 해외 증시, 비트코인이 1억 원을 돌파한 것과 견주면 국내 증시 수익률은 처진다. 그러다 보니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른바 ‘빚투(빚 내서 투자)’만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다운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 시즌이 끝나 지금은 각 기업의 영업이익 예상치 변화도 크지 않다”며 “이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다고 무조건적인 상승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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