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들의 술’로 여겨졌던 막걸리가 젊은 층 사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딸기나 바나나 등의 향을 첨가한 막걸리가 등장하면서 2030세대들이 ‘힙걸리’(힙한 막걸리)라고 부르며 열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반 막걸리와 달리 향 막걸리는 높은 주세율을 적용받는 데다, 마케팅에도 제약을 받는 등 규제가 상대적으로 많아 탁주 제조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GS25에서 막걸리 매출은 매년 늘고 있다. 2021년 40% 성장한데 이어 2022년 24% 증가했고 지난해는 14% 늘었다. 특히 젊은 세대의 막걸리 소비가 늘면서 GS25 판매 막걸리 매출 중 2030세대 비중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1년 27%에서 지난해 46.5%로 늘었을 정도다. 여기에는 지난해 매출이 2019년 대비 두 배로 뛴 향 막걸리의 선전이 영향을 미쳤다.
편의점이 소규모 양조장과 협업해 단독 상품을 내놓는 사례도 나왔다. GS25는 1월부터 청년 사업가가 직접 개발한 ‘바질 막걸리’ 등을 선보이고 있다. 매월 청년 양조장을 선정해 상품 판로를 확대하고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국순당은 밤·딸기·바나나·복숭아·청포도 등 다양한 플레이버로 쌀 막걸리 시리즈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향을 넣은 막걸리가 주세법상으로는 탁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탁주로 인정받기 위해선 전분질 원료(검은콩·로스팅쌀)나 당류 외의 재료는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사용하는데 제약이 있다.
업계는 이 같은 분류가 사실상 규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단 향 막걸리의 주세율부터 술의 원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 방식으로 30%에 달해 일반 탁주 대비 높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나나나 복숭아 등은 맛을 내기 위해 향을 넣어야 하는데 이 경우 세금 부담이 커지는 구조”면서 “매번 비싼 값에 신제품을 내놓는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향을 첨가해도 주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 맥주와의 형평성에도 벗어난다. 맥주의 경우 대신 맥아 함량 비율이 10% 미만인 ‘발포주’가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막걸리의 경우와는 달리 주세 부담이 일반 맥주보다도 사실상 더 낮아진다. 하이트진로 ‘필라이트’와 오비맥주 ‘필굿’의 가격경쟁력이 높은 이유다.
향 막걸리의 경우 라벨에 막걸리라고 명시하지 못해 마케팅 제약도 받는다. 국순당 ‘쌀 바나나’나 서울장수의 ‘허니버터아몬드주’가 대표적 사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오히려 막걸리라고 부르는 데 제약이 없다”면서 “정작 국내에서 어려움을 겪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조사 부담을 낮추고 소비자 후생을 높이기 위해 주류 항목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명욱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교수는 “주세법상의 분류는 첨가물이 없는 본연의 전통주 주조를 장려한다는 취지”라면서도 “기타 주류와 탁주 사이에 법 상 항목을 신설해 세율 부담과 마케팅 제약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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