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다시 3%대로 뛰어오른 가운데 정부가 식품업계를 만나 상품 가격을 내려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정부는 가공식품 등 담합 발생 가능성도 상시 모니터링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13일 오후 서울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CJ제일제당, SPC삼립 등 19개 주요 식품기업 대표들과 만나 “원재자 가격 상승기에 상승한 식품 가격이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속 유지되는 것에 대해 기업의 과도한 이윤 추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며 “국제 원재료 가격 변화를 탄력적으로 가격에 반영해 달라”고 말했다.
한 차관은 또 “현재 코스피 상장 식품기업 37개사 중 23개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이 전년보다 개선됐다”며 “소비자 관점에서는 그간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식품 가격을 인상했다면, 하락기에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식품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2년 크게 올랐던 국제곡물가격이 최근 들어 크게 낮아진 만큼 식품업계도 낮아진 원가를 반영해 가격을 낮춰야 한단 것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곡물가격지수는 113.8포인트(p)로, 최고점이었던 2022년 6월 173.5p 대비 34.4% 낮아졌다. 세계유지류가격지수도 최고점 대비 52.0% 떨어졌다.
원재료 가격이 급등했을 당시 정부가 주요 식품 원재료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및 연장, 면세농산물 등의 의제매입세액 공제한도 상향 및 공제율 확대 등 식품업계의 건의사항을 들어줬다는 점도 이번에 정부가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배경이 됐다.
이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발표된 6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국제곡물가격이 2022년 고점 대비 절반 가량 하락했으나 밀가루·식용유 등 식품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국민 부담 완화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가공식품 가격 담합 발생 가능성도 상시 모니터링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제보 등을 통해 구체적인 혐의가 포착될 경우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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