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재선’을 위한 러시아 대선이 15일(현지 시간)부터 시작된 가운데 러시아 정부가 노골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BBC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 등 4개 지역에서 10일부터 실시된 러시아 대선 사전 투표는 일명 ‘투명 투표함’을 통해 이뤄졌다. 유권자들은 선거 관리 직원들과 무장 군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접지 않은 투표 용지를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인 투명 투표함을 들고 다니며 유권자의 집을 방문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밖에 공무원들과 국영 기업 직원들은 정부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투표한 휴대폰 사진을 보여줄 것을 명령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선으로 처음 도입된 온라인 투표를 두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러시아 내 27개 지역과 우크라이나 점령지 2곳에서는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등을 통해 특별 사이트에 접속해 디지털 코드로 신원을 확인하고 원격으로 투표할 수 있다. 러시아 민간 선거감시단체 골로스는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해독해 누가 어떤 후보에게 투표했는지를 추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21년 러시아 두마(하원) 선거 당시 친(親)푸틴 후보 9명이 오프라인 투표에서 패했지만 온라인 투표에서 역전한 적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러시아 당국의 인터넷 통제 역시 강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시민단체, 연구원, 기업 등을 대상으로 가상사설망(VPN) 사용 단속을 강화하고, 일정 지역 내에서 왓츠앱 등 메신저 이용을 제한했으며, 특정 웹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에 나섰다.
러시아의 미디어 통제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강화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금지된 미디어’ 접속을 차단하기 위한 VPN 단속에 나섰다. 러시아 VPN제공업체인 윈드스크라이브의 창업자 예고르 사크는 “러시아의 차단 수준은 중국을 훨씬 능가한다”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반(反)정부 활동가의 처벌에 대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남부 바시키르공화국을 비롯해 다게스탄자치공화국, 사하(야쿠티야)공화국 등에서도 메신저 차단 조처가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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