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의 주력 제품 중 하나인 후판 판매가가 하락하는 데 이어 수출 물량 역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지난달부터 수입산 철강에 25% 관세를 물린 상황에서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열연 강판으로 선박과 교량, 건설기계 등에 주로 쓰인다.
4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의 1분기(1~3월) 중후판 수출 규모는 79만 6000만 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4만 5000톤)과 비교해 5만 톤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내 중후판 최대 수입처인 중국의 경우 이 기간 수입 물량이 12만 톤에서 7만 7000톤으로 35% 넘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일본 수출량 역시 10% 가까이 줄었고 미국과 유럽향 물량 역시 감소했다.
중후판의 주요 수요처인 조선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철강업계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중국에서 밀어낸 값싼 철강재가 쏟아지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산 후판 사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후판 가격 하락세도 계속되고 있다. 국산 대비 20% 저렴한 중국산 후판으로 인해 철강업계의 가격 협상력이 약화한 영향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009540)·한화오션(042660)·삼성중공업(010140))와 포스코, 현대제철(004020) 등 철강업계가 최근까지 9개월 동안 협상을 벌인 결과 지난해 하반기 후판 가격은 톤당 70만 원대로 결정됐다. 2023년 상반기만 해도 100만 원 수준이었던 후판 가격은 2023년 하반기(90만 원대), 지난해 상반기(80만 원대)에 이어 세 차례 연속 하락했다.
최근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0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며 일부 숨통이 트였으나 수요 위축 우려는 여전하다. 더욱이 최근 선사들은 기존 컨테이너선과 비교해 후판 사용량이 적은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친환경선 중심으로 발주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지난달 12일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 부담까지 떠안은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1기 때는 한국과 협상을 통해 무관세 쿼터(263만 톤)를 부여했지만 이번에는 수입산 철강이라면 예외 없이 25%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철강업계는 대미 수출을 놓고 해외 철강업체들과 완전 경쟁을 치러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 제품에 관세가 부과된 만큼 국산 후판가격에도 반영돼 상승 추세를 보일 것으 전망된다"며 "미 관세와 수출 물량에 대해선 추이를 보면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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