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 유치 경쟁 불씨가 되살아나면서 삼성전자 역시 반사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정부 압박으로 3사가 일제히 단말기 구입 부담을 낮춘 가운데, 요금제 가입건수와 함께 갤럭시폰 판매량도 덩달아 늘 것으로 기대돼서다. 특히 첫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의 흥행에 매진 중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키워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전날 갤럭시S24의 공시지원금을 기존 최고 5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상향한 데 이어 이날 ‘전환지원금’ 지급을 시작한다. 공시지원금은 가입자가 통신사에서 요금제 가입과 함께 구매하는 단말기 가격을 할인해주는 제도다. 판매점·대리점이 주는 15%의 추가지원금을 합치면 월 12만~13만 원 짜리 최고 요금제에서는 69만 원을, 3사 모두 월 9만 원 안팎 요금제에서는 2년 약정할인보다도 많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전환지원금은 통신사가 경쟁사의 가입자를 데려오는 번호이동 가입을 유치할 때 그 가입자의 위약금 등 전환비용을 보전토록 지원하는 돈이다. 위약금 대납은 ‘단말기유통법(단통법)’으로 금지되지만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실상의 법 폐지인 시행령 개정을 통해 최고 50만 원까지 허용키로 했다. 14일 제도 시행 직후인 이날부터 실질적인 지급이 시작됐다. 3사로 하여금 서로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과정에서 마케팅비를 늘림으로써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지원금 확대가 통신시장 경쟁과 통신비 인하에 미칠 효과를 두고는 아직 업계 및 전문가 반응이 갈리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내심 환영할 만한 변화다. 삼성전자 스스로 스마트폰 출고가를 내리지 않아도 통신사 간 경쟁으로 인해 소비자의 구입 부담이 줄어들고 이는 갤럭시 판매량 증가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 같은 효과를 겨냥해 통신사와 꾸준히 지원금 확대 논의를 하고 재정적으로도 일정 부분 기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를 통해 갤럭시폰 신제품은 출시 2~3개월 후 초도물량이 소진되는 시점에 지원금이 크게 는다. 출시 효과 감소에 맞춰 대신 가격 경쟁력을 키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갤럭시S23’은 출시 초기인 지난해 2월 공시지원금이 최고 24만 원이었다가 2개월 후인 4월 50만 원으로 올랐다. 올해 1월 나온 갤럭시S24도 비슷한 시간 간격을 두고 최고 20만 원대였던 공시지원금이 두 차례에 걸쳐 지난달 50만 원, 정부 압박으로 전날 60만 원까지 올랐다. 최고급형인 ‘울트라’ 모델을 제외하면 S23과 S24의 출고가가 같으므로 상대적으로 S24의 구입 부담이 더 줄어든 셈이다. 전환지원금까지 합치면 부담은 더 줄어든다.
갤럭시S24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에 출하량 1위를 빼앗긴 직후 출시된 제품이다. 소비자들의 프리미엄 선호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아이폰의 인기가 높아진 것인데,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는 아이폰에 없는 생성형 AI 기능 ‘갤럭시AI’를 탑재하며 역전을 노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갤럭시S 시리즈 사상 최단 기간인 28일 만에 판매량 100만 대를 돌파하며 순항 중인 가운데, 이달 액세서리 ‘갤럭시 스마트태그2’ 증정 등의 추가 프로모션을 통해 지속적인 판매 확대를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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