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브랜드 전문 회사인 크레이버가 인수·합병(M&A) 시장에 1000억 원대의 매물로 나왔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크레이버의 재무적투자자(FI)들은 최근 삼정KPMG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약 55%의 보유지분을 한꺼번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분을 팔려는 FI 투자자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를 비롯 벤처캐피털(VC) 회사 10여 곳이다. 크레이버가 자체 평가한 기업 가치는 약 2000억 원으로 이들의 지분가는 1000억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 지분율이 50%를 넘는 만큼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회사의 주인은 바뀔 전망이다. 2022년 말 기준으로 크레이버의 단일 최대주주는 18.4%의 지분을 쥔 창업자인 이소형 대표다. FI 투자자 가운데 가장 투자 규모가 컸던 DSC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24.8%의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하고 보유 지분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에 넘긴 바 있다.
크레이버는 현재 스킨1004·이데넬·띰·좀비뷰티·커먼랩스 등 5개의 피부·색조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이다. 각 브랜드들 통해 미국과 중국·일본·동남아 등 전세계 90여 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만 90%에 달한다.
2014년 화장품 유통 회사인 비투링크로 시작한 크레이버는 애초 중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존 사업이 부침을 겪자 브랜드 운영에 중점을 둔 쪽으로 사업 모델을 바꿨다. 크레이버가 표방하는 ‘뷰티 애그리게이터(Aggregator)’라는 사업 모델도 성장 잠재력이 있는 브랜드를 인수해 회사 규모를 확장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사업 모델을 바꾼 후 2022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크레이버는 지난해 930억 원의 매출과 10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03%, 500%씩 증가한 수치다. 올 1분기에도 전년 동기의 2배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뒀다.
크레이버가 2020년 선보인 온라인 B2B(기업 간 거래) 뷰티 유통 플랫폼 우마(UMMA)도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이른바 ‘K-뷰티’ 주요 수요 국가들은 물론 가나·탄자니아·코소보·폴란드 등 아프리카·유럽 지역까지 전세계 190개 국, 약 1만8700명 이상의 구매자를 회원으로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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