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네 달째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면서 ‘쇼펜하우어 팬덤’이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철학서와 자기계발서를 버무린 인문서의 유행을 넘어 고전을 읽자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18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14주째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쇼펜하우어’ 키워드가 들어간 관련서 전체 판매량도 지난 1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배 이상 폭증했다. 철학 서적이 장기 베스트셀러에 오른 건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이후 10년 만이다.
출판계에서는 쇼펜하우어 열풍이 2011년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의 인기를 뛰어 넘는다고 보고 있다. 당시 중년층의 논어 읽기가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은 20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은퇴 위기, 2막 도전 등 불안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동양 고전을 통한 삶의 방향 찾기로 이어졌다.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공자, 노자, 장자 등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1년 논어 열풍의 중심에 있던 세대가 오십대로 접어들자 ‘오십에 읽는 동양 고전’ 시리즈로 눈길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에는 도올 김용옥의 ‘노자가 옳았다’ 출간과 함께 노자 관련 서적 판매량은 75% 이상 증가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오십에 읽는 논어’, ‘오십에 읽는 장자’ 시리즈가 연이어 출간됐다. 지난해에는 ‘오십에 읽는 주역’이 인기를 끌면서 관련 철학서가 전년 대비 60% 이상 팔리기도 했다.
2014년에는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미움받을 용기’가 200만부가 넘게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아들러 열풍에 편승한 수많은 에세이와 자기계발서들이 쏟아졌다. 쇼펜하우어 열풍으로 출간된 관련서 역시 대부분 자기계발 성격을 지닌다. ‘쇼펜하우어 인생 편의점’ 등 에세이적 성격을 띠거나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등 자신만의 해석을 넣은 해설서의 특징이 강하다. 관련서의 꾸준한 출간과 함께 원전을 독파하자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 멤버십 기반 서재인 ‘소전서림’은 ‘당신을 ~할 300권의 고전’ 전시를 시작했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부터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까지 1층 공간에 철학서부터 소설까지 다양한 고전을 엄선, 추천했다. 소전서림은 회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고전을 읽고 이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는 플랫폼도 론칭해 운영할 방침이다. 한 명의 철학자나 소설가의 작품 세계를 파헤치는 ‘청담 클래식 북클럽’ 등도 최근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황보유미 소전서림 관장은 “고전을 바탕으로 북클럽을 진행하면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이 소통한다”며 “발췌 문장이 아니라 고전 원문을 깊게 해석하면서 세계를 넓히는 경험을 하자는 차원에서 고전 읽기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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