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워싱턴 정가의 ‘내각 교체 촉구’에 대해 ‘건망증’이라는 표현까지 꺼내들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이 라파 군사 작전을 반대하는 미국을 향한 발언 수위를 높이며 불편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조 바이든 정부 역시 네타냐후 정권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양국 간 균열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주례 각료회의에서 “나는 국제사회 친구들에게 건망증이 있느냐고, 그래서 홀로코스트 이후 최악이었던 지난해 10월 7일 유대인 학살을 그렇게 빨리 잊었느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을 멈추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스라엘군과 이스라엘 정부,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거짓 주장을 펴면서 전쟁 중에 총선을 치르라고 한다”고 했다. 또 “하마스 괴물들로부터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를 그토록 빨리 부정하려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스라엘 내각 교체를 언급한 워싱턴 정가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척 슈머 연방상원의회 민주당 원내대표는 “네타냐후 연정은 더 이상 이스라엘과 맞지 않다”며 “이스라엘 미래에 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며 선거를 치르는 게 가장 좋은 결과를 낸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전쟁의 장기화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선거를 통한 내각 교체를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CNN에 출연해 “슈머 원내대표 연설은 완전히 부적절하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자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출된 지도부를 교체하려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그것은 이스라엘 국민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가지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군사 작전을 펼치려는 이스라엘을 향해 ‘레드라인’이라며 경고했고, 슈머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서는 “좋은 연설을 했다”고 말하며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슈머는 자신만이 아니라 많은 미국인이 공유하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은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데이비드 바네아 모사드 국장은 이번 주 카타르, 이집트 등 휴전 논의를 위해 카타르 도하를 방문할 예정이다. 다만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가 요구하는 가자지구 군대철수 등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전망은 밝지 않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우리에게는 중동과 전 세계의 평화가 필요하다”면서 “가자지구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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