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여성 직원 평균 연봉이 처음으로 1억 원을 돌파했다. 앞서 2022년에 1억 원 고지를 밟은 KB국민은행·하나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여성 직원의 근속 연수가 늘고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가 정착되면서 ‘은행권 유리 천장’이 깨지는 흐름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4대 주요 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은행의 여성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1억 300만 원으로 처음으로 1억 원을 넘어섰다. 국민은행은 1억 600만 원, 하나은행은 1억 500만 원을 받았다. 4대 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만이 9100만 원으로 1억 원을 밑돌았다. 급여 증가율도 우리은행이 전년(9400만 원)보다 9.5%나 상승해 가장 높았고 국민(4.9%), 하나(2.9%), 신한(1.1%)이 뒤를 이었다.
여성 직원의 급여가 높아지면서 남성 직원과의 연봉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2019년 하나은행 남성 직원의 평균 연봉은 여성 직원의 1.53배였지만 지난해에는 1.36배로 좁혀졌다. 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1.44배에서 1.29배로, 우리은행은 1.45배에서 1.20배로 줄었다. 지난해 기준 성별 연봉 격차가 가장 큰 곳은 신한은행(1.43배)이었다.
여성 은행원의 평균 연봉이 상승한 것은 육아휴직 제도, 직장 어린이집 등 육아 복지가 확대되며 여성들의 근속 기간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국민은행의 경우 2019년 12년 8개월이었던 여성 직원들의 근속 연수가 매해 꾸준히 늘며 지난해에는 17년 5개월로 남성(18년 4개월)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랐다.
경력 단절이 줄어든 데다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가 정착되며 여성 은행원의 고위직 진출이 늘어난 것도 평균임금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말 임원 승진 인사에서 4대 은행들은 총 6명의 여성 임원들을 부행장으로 승진시켰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여성도 능력만 있다면 성과급을 많이 받고, 고위직에도 오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금융권의 ‘유리 천장’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방은행들에까지는 ‘여풍’의 온기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여성의 평균 급여가 9500만 원으로 전년(1억 200만 원)보다 오히려 줄었고, 경남은행도 8500만 원에서 8900만 원으로 소폭 늘어 남성(1억 3600만 원) 직원과의 격차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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