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쇼핑몰·오피스 등 상업용 건설 수주가 1년 전보다 9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약 26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공장·창고 건설 계약도 1년 사이 50% 이상 줄었다. 고금리·고물가로 건설 비용이 급증한 가운데 내수 경기까지 나빠지면서 상업용 설비에 대한 건설 투자액도 덩달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월 사무실·점포 건설 수주액은 1년 전보다 86.67% 줄어든 324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감소 폭으로 보면 국제통화기금(IMF)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월(-86.72%) 이후 25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197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로는 역대 두 번째로 가장 가파른 하락 폭이다. 월간 수주액으로 놓고 봐도 2013년 8월(2718억 원) 이후 10년 5개월 만에 가장 액수가 적었다.
제조업의 주요 투자 지표로 평가되는 공장·창고 수주액도 급감하는 양상이다. 1월 공장·창고 건설 수주액은 1년 전보다 51.4% 줄어든 7024억 원으로 조사됐다. 1월 기준으로는 2014년(-58.6%)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고금리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과 소비 부진이 이어지면서 상업용 시설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사무실·점포 수주액에는 백화점·쇼핑센터·숙박시설 등 내수와 밀접한 시설에 대한 건설 계약이 포함된다. 더구나 건설 수주액이 최소 1년의 시차를 두고 실제 건설 투자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수 부진이 향후 건설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건설사들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고금리로 인해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사무실과 점포에 대한 수요가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