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역 축제가 우후죽순 부활하며 관련 예산 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지방교부세를 줄여가며 건전재정을 주문했지만 전국 축제 예산은 매년 10% 안팎으로 늘어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자립도가 10%를 밑도는 상황에서도 행사·축제 경비를 과다하게 편성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18일 서울경제신문이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지방재정365)에 공시된 243개 광역·기초지자체의 지난해 예산집행액을 분석한 결과 1129건의 행사에 1조 6423억 원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1조 4728억 원보다 11.5% 증가한 수치다. 전국 축제는 엔데믹 이후 전년 대비 지출 증가액이 계속 늘어나는 형국이다. 2022년에는 8.2%, 지난해에는 11.5%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 일부 지자체는 세출예산 대비 행사·축제 경비가 2% 이상을 기록해 우려를 초래했다. 경북 울릉군(2.67%), 전남 강진군(2.38%), 충북 보은군(2.13%) 등은 축제 경비 부담이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반면 이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전국 평균(45%)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지역 축제 관련 예산을 중앙정부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나마 울릉군과 보은군은 재정자립도가 11.5%, 10.4%로 두 자릿수를 보였지만 강진군은 7.6%에 그쳤고 세출 대비 지역 축제 예산 비중이 높은 20위권 지자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20%를 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재정자립도가 6.17%로 지자체 가운데 최하위권인 전남 완도군 역시 지역 축제 지출 순위 20위를 기록했다. 완도군은 6237억 원의 세출예산 중 88억 원(1.42%)을 지역 축제에 썼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1129건의 지역 축제 중 77건이 국비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축제가 지방비 예산 지원을 받는다고 하지만 재정자립도 수준이 낮은 지자체는 중앙정부 지원 예산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지역 축제 건수도 늘어나고 있었다. 지난해 치러진 1129건의 지역 축제는 전년(944건) 대비 19.6% 늘어난 규모다. 경남이 142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125건, 강원 118건 등의 순이었다. 엔데믹 이후 지역 축제 구조조정 압박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졌고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지자체의 의도가 합쳐지면서 급증하는 양상이다. 전북의 경우 2018년 47건이었던 지역 축제가 지난해 89건으로 89.4% 늘었다.
전문가들은 지역 축제의 상당수가 경쟁력 없는 전시성 행사로 전락하거나 축제의 본질적 가치 역시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배귀희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국에서 비슷한 성격의 축제가 다수 열려 관광객 중 상당수는 실망감을 안고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며 “행사성 경비를 절감하는 동시에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방식의 인센티브 패키지를 마련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이와 관련해 지역 축제가 관광객 유치 등 세원을 확대할 수 있는 통로로 쓰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지자체 담당 공무원은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고 관광객이 쓰는 돈으로 지역 재원이 확보되면 더 좋은 관광 축제를 만드는 선순환을 형성할 수 있다”며 “축제성 경비와 관련 교부세를 삭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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