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인텔에 당초 예상의 2배에 달하는 칩스법(Chips Act·반도체지원법) 보조금 지급을 공식화했다. 인텔은 최대 250억 달러의 세액공제도 신청할 예정이어서 실제 지원 규모는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칩스법 수혜 1순위로 꼽히던 인텔이 거액을 거머쥐며 발표가 예정된 삼성전자(005930)와 TSMC의 보조금 규모로 반도체 업계 시선이 향한다.
20일(현지 시간) 백악관은 “미 상무부가 인텔에 최대 85억달러(약 11조4000억 원)의 직접 보조금과 대출 지원 110억 달러(약 14조8000억 원)를 제공하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애리조나주 챈들러에서 예비조건각서(PMT)에 서명할 계획이다. 애리조나주는 인텔과 TSMC의 신규 반도체 파운드리가 건설 중인 지역이다.
인텔에 대한 지원액은 칩스법 사상 최대인 동시에 당초 업계가 예상하던 100억 달러의 2배에 달한다. 인텔은 보조금과 대출지원 외에도 5년 누적 1000억 달러 이상 투자금에 대한 최대 25%의 미국 재무부 투자세액공제(ITC) 혜택도 신청할 계획이다. 이 경우 인텔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금은 최대 450억 달러까지 폭증할 수 있다. 칩스법 직접 보조금 예산이 총 527억 달러임을 감안할 때, 인텔 한 회사에 대한 직·간접 보조금이 전체 반도체 산업 지원액과 비견될 정도로 큰 셈이다.
이는 인텔을 반도체 리쇼어링 중심축으로 선택한 미 정부와 인텔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다. 미국 정부는 인텔 ‘밀어주기’로 한국과 대만 등 동아시아로 넘어간 반도체 생산 헤게모니를 본토로 돌기겠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 백악관은 “반도체는 미국에서 발명됐지만 오늘날 미국은 세계 반도체 10% 미만만을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텔은 미국 대표 반도체업체인 동시에 현재 미국 국토 내에서 10나노(nm) 이하 초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유일한 기업이다. 인텔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천문학적인 투자를 집행, 2025년에는 초미세공정 경쟁에서 삼성전자와 TSMC를 뛰어넘겠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겔싱어 CEO와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도 거액의 지원금이 ‘미국의 이익’을 위함임을 분명히하고 있다. 겔싱어 CEO는 “미국 반도체 혁신의 다음 장을 열기 위해 노력하는 미국과 인텔에게 결정적인 순간”이라며 “칩스법 지원금은 인텔과 미국이 AI 시대의 선두에 머물도록 보장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번 발표는 21세기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엄청난 진전”이라며 “경제 및 국가 안보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최첨단 칩이 미국에서 만들어지도록 하기 위한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간 수년간의 초당적 노력의 정점”이라고 밝혔다.
아직 지원금을 받아내지 못한 삼성전자와 TSMC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미 상무부가 삼성전자에게 총 60억 달러(약 8조 원), TSMC에게는 50억 달러(약 6조6000억 원)를 지원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 계산은 인텔에 대한 지원금을 100억 달러로 상정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TSMC에 대한 보조금은 이달 중 발표될 전망이다. 양사가 보조금 외 대출 지원을 신청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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