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텃밭’ 부산·경남(PK) 지역의 표심이 심상찮다. 여당 의원이 현역인 부산 연제의 총선 여론조사에서는 야권 단일 후보인 노정현 진보당 후보가 김희정 국민의힘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우위를 보이는 등 여권에 위험신호가 감지됐다. 부산의 현안인 엑스포 유치 실패에 이어 ‘이종섭·황상무 리스크’의 여파가 지역 여론에 악재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21일 부산일보와 부산 MBC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18∼19일 부산 연제 거주 만 18세 이상 5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 후보의 지지율은 47.6%, 김 후보는 38.3%로 나타났다. 노 후보가 김 후보를 오차범위 밖인 9.3%포인트 차로 앞섰다.
앞서 노 후보는 16일 단일화 경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성문 후보를 누르고 3선에 도전하는 김 후보와 맞붙게 됐다. 연제는 21대 총선에서 이주환 의원이 김해영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3.21%포인트 격차로 승리를 거둔 곳이다. 아직 유권자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진보당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한 데 이어 여론조사에서 여권 후보를 압도하는 이변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노 후보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79.2%, 중도층에서 53.6%에서 ‘지지한다’는 응답을 받았다.
나머지 부산 지역 곳곳에서도 야권 후보들이 약진하며 여당에 비상등이 켜졌다. 변경된 선거구로 갑·을이 합구가 된 부산 남구에서는 박재호 민주당 의원(48.9%)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43.9%)을 앞섰다.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로 원외 인사들의 맞대결이 펼쳐진 사상에서도 김대식 국민의힘 후보(46.3%)와 배재정 민주당 후보(46%)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부산 지역의 민심 이반은 엑스포 유치 실패와 산업은행 부산 이전 지연 등 지역 현안에 더해 최근 ‘수도권 위기론’의 원인으로 지목된 이종섭 주호주대사·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둘러싼 여파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PK지역의 여당 후보들도 이 같은 분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특히, 후보들 사이에서도 ‘용산발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대통령실과 당사자의 조속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당의 요구로 3선 중진의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사를 겨냥해 “귀국 즉시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철저하게 수사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이 대사의 귀국이 여론무마책이 아니라 사태 해결의 시발점임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선거 내내 꼬투리를 잡혀 정권심판론의 단골메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김 의원은 당의 ‘험지 출마’ 요청을 받아들여 4·10 총선에서 기존 지역구인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을 떠나 양산을에 출마했다.
본문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다. 통신사에서 제공받은 휴대전화(무선 100%) 가상번호를 활용해 무선 자동응답(ARS) 조사로 진행했다. 각 지역의 응답률은 연제 8.4%·503명, 남구 7.6%·509명, 사상 7.6%·501명 등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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