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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보수 강해진 ' 대법 전합' 가동…'노란봉투법' 등 17건 심리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후 13명 대법관 전원 참석 첫 개최

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등 17건 심리

금속노조 승소 시 노란봉투법 입법 관계없이 하청 교섭권 인정돼

전원합의체 중도·보수 성향 강해져 판결에 영향 미칠지도 관심

1월 2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시무식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21일 취임 이후 첫 ‘완전체 전원합의체(전합)’ 심리를 열었다. 그간 일부 대법관 공백에 완전체 심리가 이뤄지지 못했으나 대법관 임명 완료로 올해 첫 13명의 대법관 모두가 참여해 안건을 심리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전부터 오후 6시가 넘는 시간까지 총 17건의 안건을 심리했다. 전합은 사회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과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모두가 참여해 심리 및 선고를 내리는 절차다. 대법관들의 의견이 몇 대 몇으로 갈리느냐가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13명의 대법관 모두가 참여한 완전체 심리는 의미가 크다.

조 대법원장 취임 이후 전합 심리는 올 들어 1·2월 두 차례 진행됐다. 다만 1월 1일자로 퇴임한 안철상(15기)·민유숙(18기) 대법관 자리가 일부 공백 상태였다. 이달 1일 엄상필(23기)·신숙희(25기) 대법관이 임명되면서 올 들어 처음으로 완전체 전합 심리가 진행됐다.

특히 엄 대법관과 신 대법관이 ‘중도’ 성향으로 평가 받고 있어 전합 지형 변화가 판결에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13명의 전합 구성에 따라 중도·보수 대 진보 비율이 기존 7대 6에서 8대 5로 재편돼 중도·보수 성향이 강해졌다는 평가다. 앞서 조 대법원장과 이동원·오석준 대법관 등 3명은 보수, 노태악·서경환·권영준 대법관 등 3명은 중도, 김선수·김상환·노정희·이흥구·오경미 대법관 등 5명은 진보로 각각 분류돼왔다.

이날 전합은 금속노조가 HD현대중공업(329180)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 사건과 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에 관한 건을 포함해 총 17건을 심리했다.

단체교섭 청구 소송 전합 심리는 금속노조의 2018년 항소 이후 약 5년 3개월 만의 심리다. 1·2심 재판부는 모두 HD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줬으나 전합에서 판결이 뒤집힐 경우 하청 교섭권이 법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현행법은 직접적 고용 계약이 없는 하청 노조와 원청 간의 교섭 의무를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해당 전합 판결은 지난해 정부와 여당·경영계의 반대 속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입법이 무산된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대해서도 사실상의 결론을 낸다는 점에서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원청의 실질적 사용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요구와 법원 판단이 증가하는 추세다. 올 1월 법원은 ‘원청이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상대’라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은 CJ대한통운의 원·하청 교섭 2심 판결에서 “단체교섭 대상인 근로조건 등을 지배·결정하는 자와 단체교섭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집단적 교섭을 통한 근로조건 등을 결정·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단체교섭권이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발 맞춰 노동계와 더불어민주당도 총선을 앞두고 노란봉투법 재추진에 나섰다. 다만 이번 전합 심리에서도 HD현대중공업이 승소할 경우 노란봉투법 입법 이후에도 법적 효력은 없다.

또 다른 주요 심리는 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에 관한 안건이다. 동성 부부인 소성욱 씨와 김용민 씨는 법적인 혼인 관계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피부양자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고 취득 신고를 통해 2020년 2월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같은 해 이들이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입 기록을 삭제했다. 이에 김 씨와 소 씨는 동성 부부라는 이유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측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김 씨와 소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건보공단의 상고로 대법원 전합의 선고를 앞뒀다.

법원 관계자는 “전합 심리는 3~5년 이상 심리를 다퉈온 사안들”이라며 “사안에 따라 전원 합치 혹은 의견이 갈리는 판결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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