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2024년 회계연도 본 예산안에 서명하면서 6개월 이상 이어졌던 행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지)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국정연설 이후 지지율 반등을 꾀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자금 모금이 호조를 보이는 데다 국정 운영을 짓누르던 예산안 문제까지 처리하면서 대선 승기를 잡기 위한 공세를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2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상원을 통과한 1조 2000억 달러(약 1600조 원) 규모의 예산안에 서명했다. 전날 하원이 예산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상원은 이날 새벽 찬성 74표, 반대 24표로 가결했다. 이번 예산안은 국토안보부와 국방·보건복지 등 분야의 6개 세출 법안이다. 전체 12개의 세출 법안 가운데 상대적으로 쟁점이 적은 예산인 농업·에너지 등 6개 분야는 8일 처리됐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2024 회계연도가 끝나는 올해 9월까지는 셧다운 우려를 덜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번 법안의 서명은 미국 국민들에게 좋은 소식”이라며 “어느 쪽도 모든 것을 얻지는 못했지만 하원 공화당 의원들의 극단적인 삭감을 거부하고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할 자원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겉보기에는 양당 합의지만 속내를 보면 결국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안 처리 후폭풍으로 공화당 내 분열 조짐이 재연되고 있어서다. 공화당 내 강경 우파들은 이번 세출 법안이 예산 규모를 충분히 줄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통과를 반대했지만 다른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예산안 통과는 강경 우파들의 큰 패배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강경파는 친(親)트럼프 진영으로 분류된다.
공화당 내 강경 우파들은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의 축출을 추진하고 있다. 공화당은 이미 지난해 9월에 자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당시 하원의장을 해임한 바 있다. 공화당 내에서조차 이런 흐름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공화당 소속의 뉴욕주 의원인 마이크 롤러는 “문제는 우리 쪽에 있고 우리는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이런 식의 대응은 명백하게 혼란을 초래하고 불필요한 분열을 불러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12일 양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된 후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탄력이 붙는 분위기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최근 실시된 8개의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근소한 차이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메인스트림리서치와 애틀랜틱대가 이달 15~17일까지 미국 성인 10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47%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해 45%를 받은 트럼프 후보를 앞섰다. 앞서 이달 입소스와 로이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39%로 트럼프 전 대통령(38%)을 앞섰다. 다만 CNN의 여론조사에서는 경합주인 미시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0%의 지지를 받아 바이든 대통령(42%)을 8%포인트 차로 앞서기도 했다.
선거운동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후원금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측은 지난달 5300만 달러의 후원금을 모금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대위와 리더십팩(PAC) ‘세이브아메리카’는 같은 기간 2030만 달러를 모으는 데 그쳤다. 전체 보유 현금도 바이든 대통령 캠프가 1억 5500만 달러,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4190만 달러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자금 우위를 바탕으로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이달부터 약 3000만 달러 규모의 6주간의 광고 캠페인을 시작하고 격전지에서 직원 채용을 늘릴 방침이다. 이달에만 최소 350명의 신규 직원을 추가하고 100개의 사무실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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