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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센터, 공연예술창작센터 그리고 한양도성 [최수문 기자의 트래블로그]

1964년 한양도성 남산 구간 허물고 자유센터 건축

공연예술창작센터 변신 과정서 성곽 문제 불거질 듯

DDP 옆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사례와 유사해

서울 남산 자유센터의 전경. 오는 2026년까지 문화의 향기가 짙은 ‘공연예술창작센터’로 조성된다. 최수문 기자




정부가 서울 중구 남산의 자유센터를 리모델링해 오는 2026년까지 ‘국립공연예술창작센터’를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공연예술창작센터를 인근의 국립극장과 연계해 이른바 ‘남산 공연예술벨트’를 조성할 예정이다. 다소 휑했던 자유센터를 문화시설로 바꾸는 것은 물론 긍정적이다. 남산에 한층 문화의 향기가 짙어질 모양새다.

다만 이런 과정에서 잊혀서는 안될 것이 있다. 바로 한양도성이다. 자유센터는 반달리즘적으로 한양도성 성곽을 파괴한 자리에 건축된 것이다. 아직도 여기저기에 성곽의 흔적이 남아있다. 공연예술창작센터라는 것을 만든다고 이것이 더 파손되어서는 안됨이 물론이다.

자유센터는 1960년대 초 당시 박정희 정부가 전 세계적인 반공정책을 주도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남산 자락에 세운 것이다. 원래 이름은 ‘아시아민족반공연맹자유센터’인 데 줄여서 그냥 자유센터라고 부른다. 당초 관악산 아래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 도심에서 너무 멀어서 그랬는지 4대문 안으로 들어온 것이 지금의 자리다.

1964년 개관한 ‘자유센터’는 원래 본관과 국제자유회관 등으로 이뤄져 있는 거대한 규모였다. 현재의 자유센터는 기존의 본관을 의미하고, 국제자유회관은 탸워호텔이 되었다가 현재 반얀트리 호텔이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자유센터는 남산 중턱의 한양도성 성곽 자리에 세워졌다. 당시 위정자들의 생각으로는 남산은 비어 있고 성곽이야 없애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5·16 군사쿠데타 직후의 서슬퍼런 시기이니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도 없었다.

이런 과정에서 한양도성 남산 구간은 신라호텔 위에서부터 장충단로까지 거의 완전히 사라졌다. 성곽의 돌들은 여기저기 축대를 쌓는데 사용됐다. 앞서 일제강점기 때 (나중의 반얀트리 호텔 옆으로) 장충단로가 치고 지나가면서 한양도성의 남쪽 성문이었던 남소문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자유센터 건물을 받치는 오른쪽 석축의 상당수가 한양도성 성돌들로 쌓였다. 최수문 기자




석축 가운데 ‘각자(刻字·새김글씨)’ 부문으로 ‘강자 육백척(崗字 六百尺)’이라고 씌여 있다. 한양도성은 북악산을 기준으로 동쪽 방향으로 처음 천(天) 구간에서 시작해 마지막 조(弔) 구간에 이르기까지 모두 97구간으로 나누어 축조했다. 사진의 각자는 48번째(강·崗) 구간에 600척의 위치라는 의미다. 최수문 기자


‘한양도성 순성놀이’ 둘레길 여행이라는 유행을 타고 최근까지 전체 한양도성 성곽과 대문들의 복원에 대해 많은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남산만은 성역(?)에 가까웠다. 이러한 자유센터가 있고 또 한편으로 남산 정상 부근에는 미국 통신부대가 자리해 한양도성 복원을 가로 막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가 수십 년 지속됐는 데 공교롭게도 이제 상황변화가 발생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자유센터를 리모델링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자유센터가 세워진 이후 사실상 첫 대대적인 공사다. 문체부는 자유센터를 소유한 한국자유총연맹의 사무공간만 빼고 대부분 공간을 국립공연예술창작센터로 만든다고 하니 적지 않은 공사가 될 전망이다.

그럴 경우 한양도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다. 이미 파괴된 성곽이지만 리모델링 중에 더 파괴될 수도 있다. 아니면 얼마만이라도 성곽 복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 결국 여론이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달려 있는 셈이다.

지난 19일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가 참석해 자유센테 내 회의장에서 진행된 ‘국립공연예술창작센터(가칭) 조성 위한 업무협약 체결’에서 한양도성 이야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일단 자유센터 건물 자체는 큰 틀에서 그대로 둔 대신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예고됐다. 문체부는 자유센터를 20년 장기 임대할 계획이다.

문체부 측은 “자유센터 건물 총 2618평과 대지 1720평을 활용해 연습실과 공연장, 무대장치 분류센터를 만들고 이를 다양한 분야의 공연단체에 제공해 공연작품의 기획부터 창·제작, 유통, 소비까지 이어지는 공연예술산업의 거점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인촌(왼쪽) 문체부 장관이 지난 19일 강석호 자유총연맹 총재와 ‘국립공연예술창작센터(가칭) 조성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


재건축·리모델링과 관련해 한양도성이 재부각된 앞선 사례가 서울 중구 동대문운동장 부지에 건축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다.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동대문운동장 아래 묻혀있던 한양도성의 흔적이 DDP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왔고 이에 따라 DDP의 설계가 변경된 바 있다. DDP 옆에 조성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 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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