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이전 왜 하는 겁니까”(김현준 산업은행 노조위원장)
“산업은행의 부산이전은 반드시 하겠다는 것이 저희의 공약입니다”(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에서 첫 출근길 인사에 나섰다. 앞서 한 위원장이 주로 찾았던 시장이나 공원에서 인파가 구름처럼 몰렸던 것과 달리 걸음을 서두르는 직장인들의 반응은 다소 냉담했고,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노조원들의 고성에 소란이 일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8시 9호선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박용찬 영등포을 후보와 함께 지하철역 출근길 인사를 했다. 한 위원장의 지하철역 출근길 인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 위원장이 전날 선대위 회의에서 “무조건 상대보다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서 한 시간 더 늦게 들어가자”고 당부한 만큼 본인이 직접 나서 시민들의 출근길부터 챙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박 후보는 “국민의힘 박용찬입니다. 한동훈 위원장과 함께 아침 인사 올립니다”라며 외치며 인사했고 한 위원장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했다. 시민들은 신기한 듯 휴대폰 카메라로 한 위원장의 모습을 담았고, 일부 시민들은 한 위원장에게 다가와 함께 사진을 찍거나 악수를 청했다. “한동훈 화이팅”이라고 말하며 지나가는 시민들도 있었다. 다만 대부분의 여의도 직장인들은 출근길이 바쁜지 한 위원장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었다.
출근길 인사가 산업은행 본사가 위치한 여의도 한복판에서 진행된 만큼 산업은행 노조원들이 한 위원장에게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거세게 항의하다 제지당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김현준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한 위원장에게 “산업은행 이전 왜 하는 겁니까”라고 언성을 거칠게 높이다가 경찰에 끌려나갔다.
한 위원장은 이들을 향해 “산업은행의 부산이전은 반드시 하겠다는 것이 저희의 공약”이라고 말한 뒤 무표정으로 인사를 이어갔다. 한 위원장은 약 8시 23분께 출근길 인사를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
공교롭게도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은 후 처음으로 출근길 인사를 한 여의도역 5번 출구는 약 2년 전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에 뛰어든 후 처음으로 출근길 인사를 한 곳이기도 하다. 2022년 1월 6일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오전 8시 7분께부터 약 40분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연습문제’라며 지하철 인사를 요청한 데 따른 일정이었다.
윤 대통령 역시 처음 해보는 출근길 인사 때 생각보다 차가운 시민들의 반응에 당황해 며칠 뒤 이 대표에게 “도대체 인사할 때 뭐라고 해야 하는 거냐”고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여의도 5번 출구 앞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모두 당혹스러움을 경험한 장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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