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해외 기업에 국내 하도급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2021년 스포츠 용품 업체 나이키의 하도급 업체 갑질 논란이 불거진 후 3년 만이다.
25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 달부터 7월까지 3개월간 ‘하도급법의 역외 적용 정책 방향에 대한 연구’를 실시한다. 해외 기업에 대한 하도급법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필요한 입법 과제를 찾는 것이 핵심이다. 공정위는 한국 기업의 해외 법인은 물론 국내외 기업 간 합작사에도 하도급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할 방침이다.
이는 나이키 갑질 논란의 영향이 크다. 당시 국내 한 중소기업이 원청의 갑질을 호소하며 나이키를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지만 공정위는 해외 기업에는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해당 업체는 헌법소원까지 제기했지만 공정위는 “하도급법 보호 대상이 국내 기업인 만큼 가해 기업도 국내 기업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헌법재판소 측에 제출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 지사를 활용해 하도급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도 공정위의 방향 전환에 한몫했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하도급법의 역외 적용을 위해 이르면 올 하반기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해외 기업에 하도급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역외 적용 규정을 명시한 법안 개정안은 이미 국회에 발의돼 계류 중이다.
시장에서는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가 사건 조사에서 발을 뺀 사이 나이키는 국내 시장 매출 규모를 40% 가까이 키웠다. 공정위는 “현행 하도급법에 역외 적용 규정이 없고 하도급법을 운용하고 있는 국가도 많지 않다”며 “(나이키 등)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두고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며 가급적 많은 사례에 대한 하도급법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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