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정보를 공유하는 ‘투자리딩방’ 사기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코인·주식 등 투자 열풍으로 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범죄 조직이 잇따라 수사기관에 검거됐다. 특히 가짜 홈트레이딩시스템(HTS)까지 만들어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동부지검 사이버범죄수사부(김영미 부장검사)는 사설 HTS를 공급·운영하고 범죄수익금을 세탁해 유용한 불법 선물거래 조직 32명을 검거하고 추적 중인 2명을 제외한 30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 일당을 2023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순차적으로 입건하고 이 중 10명을 구속 상태로, 20명을 불구속 상태로 기소했다.
검거된 조직은 투자리딩방을 통해 허위로 매매 시기 등을 알려주면서 투자를 유도해 169명의 피해자로부터 90억 원 상당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투자자들을 눈속임하기 위해 마치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는 HTS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정상 업체인 것처럼 보이게 홈페이지도 구축해 운영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 프로그램은 일정 시간마다 자동으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PC 화면을 캡처하는 기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그램 운영 조직은 캡처된 화면을 통해 회원 가입을 원하는 피해자들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전문 투자자로 보이는 신청자를 배제하기도 했다.
또 조직원들이 직접 투자 리딩방에 참가하면서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이른바 ‘봇질’을 하며 투자자들을 유혹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 내역도 없는 비상장회사를 마치 상장을 앞두고 있는 것처럼 가장해 투자자들을 속인 사례도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김태현 대장)는 2021년 11월~2022년 5월까지 543명을 속여 175억 원 상당을 편취한 비상장주식 판매 사기 조직 총책 등 45명을 검거하고 이 중 4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리딩방 투자 사기 범죄 집단을 조직한 후 ‘바지사장’ 명의로 유령 기업상장 컨설팅 회사를 세웠다. 이후 고성능 전기모터 전문기업을 표방하는 비상장 주식회사 A 법인의 대표와 결탁해 마치 A 회사가 상장을 앞두고 있는 것처럼 홍보하며 투자를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위조된 상장 청구심사 승인서와 기업 정보 등이 제공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해당 회사는 실제 상장 계획이나 실제 사업 운영 실적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일당은 일부 언론사에 ‘B 회사, 인도네시아 시장 본격 진출’ ‘B 회사, 북미 시장에 전기모터 5만 개 계약’ 등 광고까지 게재하며 투자자들을 철저히 속이기도 했다.
지난해 6월께부터 ‘비상장주식 투자 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가 전국적으로 접수돼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419건에 달하는 사건을 병합해 수사한 결과 이들 일당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한편 투자리딩방 등을 통해 투자자들을 기망하며 범죄수익을 올리는 사기 조직이 증가하고 있어 최근 몇 년간 관련 피해 접수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최근 5년간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905건이었던 민원 신고 건수는 2021년 3442건으로 폭증했다가 2022년 3070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이에 금융·수사 당국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9월 25일부터 올해 3월 24일까지 ‘투자리딩방 불법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에 나섰다. 또 유사투자자문업자에 대한 규제 체계를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올 1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투자 정보가 불분명한 비상장주식 투자를 유도하는 수법이 유행하고 있다”며 “공인된 투자 자문 업체가 아니거나 투자 권유 과정에서 ‘상장 예정’ ‘단기간 고수익’ 등 문구를 사용하면 의심해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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