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계를 덮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LG화학(051910)·롯데케미칼(011170)·한화솔루션(009830)·금호석유(011780)화학 등 국내 석화 빅 4가 체질 개선에 고삐를 죄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유가 상승으로 촉발된 위기가 값싼 범용 화학제품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으로 주주들을 마주한 빅 4의 수장들은 올해부터 공격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며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범용→고부가'로 체질 개선=이훈기 롯데케미칼 사장은 26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범용 석유화학 비중을 절반 이하로 과감하게 줄일 계획”이라며 “고부가 사업 비중을 올려 화학그룹 전체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지난해 말 정기 인사를 통해 롯데케미칼 사장 겸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로 선임돼 롯데의 화학 사업을 이끌고 있다.
국내 석화 업계는 최근 사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범용 제품을 줄이고 고부가 제품을 늘리는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때 ‘산업의 쌀’로 불리며 수출 일등 공신으로 꼽혔던 범용 화학제품들은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자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업체들은 고부가 화학제품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기초 소재와 달리 수요가 꾸준한 데다 이익률도 높은 만큼 석유화학 사업의 체질 개선을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LG화학도 탄소나노튜브(CNT) 등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석화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해외 사업장 줄매각 “한계 사업 정리”=고부가 제품 확대와 함께 석화 사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한계 사업도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업계의 불황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만큼 부진한 사업장은 과감히 철수해 신사업을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매각이 불발된 파키스탄 법인을 연내 다시 매각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현지 경영 및 시장 환경 악화 여파로 매수자 쪽에서 계약적 권리 행사하면서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하지만 매각하겠다는 우리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적절한 타이밍에 매각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핵심 사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다.
LG화학은 지난해 필름 사업 일부를 중국 업체에 매각한 데 이어 최근에는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을 포함한 석화 사업 일부 지분을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도 최근 2009년부터 운영해 온 중국 라텍스 합작공장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수소부터 금융까지…먹거리 발굴 박차=한계 사업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신사업에 투입한다. 롯데케미칼은 이날 주총에서 청정수소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2차전지 소재에 더해 청정수소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해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3조 원을 투자하고 6월 세계 최초로 국내에 개설되는 청정수소 발전 입찰 시장에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총 투자 금액의 70% 이상을 3대 신성장 동력에 집중할 정도로 신사업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25일 열린 주총에서 “투자에 조절은 거의 없고 오히려 일부 투자는 늘어나고 있다”며 “2차전지 소재 쪽에 50%가 넘는 투자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양극재 사업의 확대를 위해 유럽 생산 기지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신사업 진출에 소극적이었던 금호석유화학도 자사주의 50%를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이번 주총에서 밝혔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는 “전기차 솔루션, 친환경 바이오,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 사업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도 석화와 태양광 사업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확장해 나간다. 이구영 한화솔루션 대표는 이날 주총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진행 중”이라며 “높은 품질의 모듈을 바탕으로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을 확대하고 태양광 금융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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