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들이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개설·운영하는 부설 연구소 숫자가 지난 해 처음으로 전년대비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소 인력 숫자도 감소했다. 경기 전망을 비관하는 분위기가 중소기업 경영자들 사이에서 우세해지면서 중장기 투자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26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중소기업의 기업부설연구소는 총 4만1717개로 확인됐다. 지난해 4만2525명보다 감소한 것으로, 전년 대비 감소세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간 중소기업의 부설 연구소는 매년 5~10% 수준의 증가세를 유지해왔다. 기업부설연구소를 통폐합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나면서 기업 소속 연구원 수도 동반 하락했다. 2022년 중소기업 소속 연구원은 약 21만5000명이었지만 2023년은 21만3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이 같은 흐름은 석·박사급 인재의 취업 기피, 사내 인재의 대기업 및 중견기업 이직, 경영난으로 인한 투자 축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업종을 불문하고 경기 전망에 비관적인 기업인이 늘어나면서 과감한 투자보다는 일단 ‘몸을 사리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해졌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연구인력 감축은 중소기업의 중장기적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 리스크인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이달 연구소 보유 16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27.5%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연구(기술)인력 확보를 꼽았다. 그 다음은 기술 사업화와 스케일업(18.6%), 신사업 발굴(18.3%), 규제 및 제도 적응(13.8%) 순이었다. 이들 기업은 새로 출범하는 22대 국회가 우선 추진할 과제 1순위로도 연구인력 확보(21.9%)를 들었다. 연구개발(R&D) 세액공제가 20.5%로 뒤를 이었으며, 기술사업화 지원(15.6%), 기업활동 규제개선(12.9%) 등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박철우 한국공학대 교수는 “기업부설연구소를 줄이는 기업이 늘어나면 단기적으로 현금 흐름은 개선돼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더욱 빠르게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단순히 숫자가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박사급 인력 채용난 등 연구원의 질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도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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