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인은 새로운 먹거리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러면서도 대부분 소비자층이 성숙한 중년의 입맛을 갖고 있죠. 한국 파리바게뜨의 표준화된 품질이 제대로 구현된다면 이탈리아에서도 분명히 성공을 거둘 겁니다”
글로벌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창업주 3세인 마리오 파스쿠찌는 지난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SPC그룹의 대표 베이커리인 파리바게뜨를 이탈리아에 빨리 선보이고 싶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앞서 SPC그룹은 파스쿠찌와 업무협약(MOU)을 통해 프랑스, 영국에 이어 유럽 내 세 번째로 이탈리아에 파리바게뜨를 출점하기로 했다. 파스쿠찌가 SPC와 손잡고 지난 2002년 국내에 매장을 낼 때 활용한 ‘마스터 프랜차이즈’ 형태다. 파리바게뜨의 브랜드와 품질 관리 기술이 파스쿠찌의 손을 거쳐 현지 각 매장으로 뻗어나가는 셈이다.
파스쿠찌 CEO는 인터뷰 내내 수 차례 ‘표준화’를 강조했다. 빵을 주식으로 삼는 베이커리의 본고장 유럽에서도 파리바게뜨만큼 다양한 제품을 빠르게 동일한 맛으로 제공하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밀라노에서 찾은 장인의 빵을 볼로냐에서 맛볼 수 없다”면서 “이탈리아 베이커리는 체계적인 운영 및 관리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치아바타 같은 대표적인 빵 몇 종류만을 내놓는 현지 베이커리와 비교해 파리바게뜨는 압도적인 구색 수를 갖췄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파스쿠찌 CEO는 특히 품질 관리와 제품 다양화를 모두 가능하게 하는 파리바게뜨의 ‘베이크 오프’ 체계에 큰 관심을 보였다. 파리바게뜨는 초저온으로 발효를 중단시켜 신선한 상태로 장기 보관이 가능한 ‘휴면 반죽’을 미리 대량으로 생산해둔다. 각 매장은 이 반죽을 사용해 매번 다양한 빵을 구워낸다. 점포별로 300여 종에 이르는 상품 종류를 갖추면서도 어디서나 품질을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 파리바게뜨만의 비밀이다. 그는 “해외 베이커리는 보통 각자 수작업으로 빵을 만들기에 다양하게 생산하기가 힘들지만 파리바게뜨는 다품종 생산이 시스템화 돼 있다”면서 “베이크 오프를 다른 국가 매장에도 도입한다면 더욱 일관된 맛의 빵과 디저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스쿠찌가 파리바게뜨의 이탈리아 진출을 맡게 된 것은 양측이 20년 넘게 이어온 끈끈한 협력 관계 덕분이다. SPC와 파스쿠찌의 첫 만남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탈리아 남동부의 항구 도시 리미니에 파스쿠찌 점포가 오픈했을 때 그곳을 찾은 허영인 SPC 회장과 파스쿠찌 CEO가 우연히 만난 것이다. 파스쿠찌 CEO는 ”우연히 마주쳐 서로를 알아본 우리는 곧바로 사랑에 빠졌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듬해인 2002년 허 회장은 파스쿠찌를 국내에 들여 왔으며 이후 한국은 파스쿠찌의 핵심 진출국이 됐다. 파스쿠찌의 한국 내 가맹점 수는 현재 500여 개에 달한다. 파스쿠찌가 매장을 낸 17개국 중 가장 많다. 파스쿠찌 CEO는 “허영인 SPC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 덕에 한국에서도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면서 “같은 마음을 품고 함께 성장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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