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인수합병(M&A) 시장에 ‘조 단위’ 빅딜이 사라졌다. 6조 원대 거래였던 HMM 매각이 무산됐고 고금리와 불확실한 경기 여건으로 얼어붙은 시장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다만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여념이 없는 SK·롯데·신세계 등과 달리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대기업은 M&A 추진 의지를 밝혀 양극화 조짐도 보인다.
서울경제신문 시그널이 29일 집계한 리그 테이블에 따르면 올 1분기 자금 납입을 완료한 거래는 104건으로 지난해 1분기(94건)보다 소폭 늘었다. 하지만 거래액은 9조 7668억 원으로 1년 전(14조 4961억 원)의 67% 수준에 그쳤다.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기준으로도 올 1분기는 29건(2조 3155억 원)으로 1년 전(31건, 4조 5135억 원)보다 적었다. 가장 컸던 딜도 브레인자산운용의 SK팜테코 투자 건으로 6668억 원(납입 완료 기준)에 그쳤다.
지난해의 경우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2조 7000억 원),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2조 원) 등 큰 딜이 많았다. 그간 공격적인 M&A를 해온 대기업들이 사업 확장 등에 보수적인 기조로 방향을 튼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일부 그룹 오너들은 계열사 매각 작업 등을 중단하고 업종 및 인공지능(AI) 영향 분석 등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당초 예상보다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더딘 데다 건설·화학 등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어 당장은 메가 딜을 찾기 힘들 것”이라며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M&A 시장 기류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일PwC, 금융·회계 자문 부문 1위
올해 1분기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삼일PwC가 금융과 회계 자문 부문 1위에 등극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 자문은 김앤장이 전체 딜의 절반 이상을 도맡으며 독주했다.
금융 부문에서 거래 완료 기준 1위를 차지한 주관사는 삼일PwC다. 1분기 실적(거래 규모)만 1조 7896억여 원(30건)으로 점유율 35.55%를 차지했다. 삼일PwC는 한앤컴퍼니가 SKC 자회사인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를 3600억 원에 인수하는 거래에서 매도 측 금융 자문을 수행했다. 올 2월 거래 완료된 유진그룹의 보도 전문 채널 YTN 인수 거래에서는 YTN 측 금융 자문을 담당했다.
2위는 UBS로 SK계열사 관련 2건의 자문을 완료해 1조 692억여 원(21.24%)의 실적을 기록했다. 의약품 위탁 생산 회사 SK팜테코를 브레인자산운용이 인수하는 거래에서 매각 측 자문을 담당해 6668억 5000만 원의 실적을 올렸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SK피유코어를 4103억 원에 인수한 거래도 도맡았다. SK피유코어는 폴리우레탄에 사용되는 기초 화학 원료 폴리올 제조사다. 크레디트스위스(CS)가 맡고 있던 두 거래는 지난해 CS와 UBS가 합병하며 UBS 측 실적으로 집계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2건의 거래로 8000억 원의 성과를 올리며 3위를 차지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포트폴리오 회사였던 동물성 유지 제조기업 대경오앤티를 KDB산업은행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유진 PE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거래에서 스틱 측 회계 자문을 맡아 약 4000억 원의 거래를 마무리했다. 4위는 삼정KPMG로 BofA를 거의 따라잡은 7893억 원(14건)의 실적을 냈다. 당초 회계법인들은 실사와 회계 자문을 도맡아했지만 딜 가뭄 등 영향으로 주관사 역할까지 업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회계 자문 2·3위는 삼정KPMG·딜로이트안진
삼일PwC는 회계 자문 분야에서 더 압도적인 실적을 쌓았다. 1분기 동안 총 34건의 거래 자문을 맡아 2조 4400억 원에 달하는 거래를 마무리했다. 금융 자문을 맡았던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 거래에서 인수 측과 매도 측 모두의 회계 자문도 수행했다. YTN을 유진그룹이 인수한 거래에서 YTN 측의 금융·회계 자문을 모두 맡았다.
2위 삼정KPMG는 9건의 자문을 맡아 총 1조 4596억 원의 자문 실적을 쌓았다. 대경오앤티 딜에서 스틱 측 회계 자문도 맡았다. 싱가포르 인프라 투자사 에퀴스(EQUIS)사가 종합 폐기물 처리 업체 KC환경서비스를 인수하는 거래에서도 매각 측 회계 자문을 수행해 약 2000억 원의 실적을 추가했다.
3위는 딜로이트안진이 차지했다. 2건의 거래를 맡아 총 6199억 원의 거래 실적을 올렸다. 딜로이트안진은 IMM PE가 맥쿼리자산운용으로부터 액체화물 저장용 탱크 기업인 유나이티드터미널코리아(UTK)를 약 3000억 원에 인수하는 거래에서 맥쿼리 측 회계 자문을 했다.
◇법률 자문 김앤장·율촌·광장
법률 자문 1위는 김앤장이 차지했다. 총 32건, 4조 8196억 원 규모의 거래를 자문했다. 한앤컴퍼니의 4586억 원 규모 쌍용C&E 공개 매수와 3500억 원짜리 미국 의료기기 사이노슈어 인수를 자문해 성과를 냈다. 사조대림이 인그리디언코리아를 3840억 원에 인수할 때 매각 측 자문도 맡았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김앤장의 거래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54%로 절반을 넘겼다.
2위 율촌은 12건, 1조 889억 원 규모 거래에 참여했다. 율촌은 대경오앤티 매각 딜에서 스틱을 자문했다. DB손해보험이 지난달 총 1570억 원을 들여 인수 완료한 베트남 손해보험사 VNI(Vietnam National Aviation Insurance)와 BSH(Saigon-Hanoi Insurance) 거래에서도 인수 측을 자문했다.
광장은 총 8건, 7405억 원 규모 거래를 자문해 3위에 올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