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시장을 빠르게 잠식 중인 중국 e커머스 업체들이 광고시장에서도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유명 연예인 마동석을 모델로 한 광고를 CJ ENM(035760)에 맡긴 것으로 확인됐으며 후발 주자인 테무는 현재 네이버 광고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CJ(001040)에 따르면 계열사인 CJ ENM이 3년 전부터 알리익스프레스 광고를 제작하는 등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2018년 11월 한국 시장에 처음 문을 두드린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3월 마동석을 내세운 광고를 론칭하며 국내에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는데 이 광고 제작을 CJ ENM에 맡긴 것이다. 해당 광고는 지금도 알리가 사용하고 있으며 인터넷 영상은 물론 지하철 옥외, 버스 외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CJ ENM이 알리익스프레스의 광고를 제작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CJ ENM은 엔터테인먼트 사업 부문에서 방송·영화·음반·광고 사업 등을 하지만 광고에 특화된 회사는 아니다. 이와 관련해 한 광고 업계 관계자는 “CJ ENM이 계열사 물량이 아닌 다른 회사의 광고를 제작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CJ가 그룹 차원에서 알리익스프레스와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물류의 경우 CJ대한통운(000120)과 주계약을 체결했고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상품 전용관 ‘K-venue(베뉴)’에는 CJ제일제당(097950)을 입점시켜 햇반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 중이다. 특히 이달 초 CJ제일제당이 ‘K-venue’에 들어올 때 다른 식품사와 달리 대규모 판촉 행사를 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이 국내 e커머스 선두 업체인 쿠팡과 갈등 끝에 납품을 하지 않고 있어 알리 입점은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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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e커머스 중 후발 주자인 테무도 광고시장에서 실탄을 장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테무는 현재 네이버 공식 광고대행사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네이버 검색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네이버가 인증한 광고대행사를 통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테무가 국내에서 본격적인 광고를 시작하며 물량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테무는 지금까지 한국 시장에서 사용자 수를 늘리기 위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주로 활용한 ‘퍼포먼스 마케팅’을 해왔다. 하지만 2월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580만 명으로 e커머스 4위에 오르면서 이제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브랜딩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테무는 한국보다 먼저 진출한 미국에서 최대 스포츠 행사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출한 바 있다. 최근 테무의 모회사 핀둬둬홀딩스가 발표한 지난해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광고 등 마케팅에만 115억 달러(15조 5000억 원)를 썼다.
퍼포먼스 마케팅과 달리 브랜드 마케팅은 투자 금액이 크기 때문에 규모가 큰 광고사와 협업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제일기획(030000)·이노션(214320) 등 대형 종합 광고 회사들에도 기회가 열릴 수 있다. 한 광고 업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으로 국내 광고 업계가 침체한 상황이라 중국 e커머스 업체에서 제안이 온다면 거부할 회사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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