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에 이어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30일 고(故) 조양래 효성(004800)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이서현 사장은 이날 오후 4시 35분께 남편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과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삼성가에서는 오후 2시께 모친인 홍라희 여사와 함께 조문을 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두 번째다.
삼성과 효성은 창업주 시절 동업 관계로, 인연이 깊다. 조 명예회장의 부친인 고 조홍제 효성 창업주는 1948년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과 삼성물산을 세워 운영하다 1962년 독립해 효성물산을 세웠다.
이날 조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국내 섬유산업에 큰 획을 그은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정·재계의 발길이 이어졌다.
앞서 오전에는 조 명예회장의 동생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과 아들인 조현범 한국앤퍼니 회장이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효성그룹은 1984년 조홍제 창업주가 작고한 후 조석래·조양래·조욱래 3남에게 계열사들이 나뉘어 승계되면서 '범효성가'로 변천했다.
조현범 회장은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아버지(조양래 명예회장)가 막바지에 (고인을) 못 봐서 매우 슬퍼했고 얼굴을 아쉬워했다"며 "(고인이) 막바지에 정신적으로나 몸적으로나 많이 고생을 하셔서 마음이 굉장히 아프고, 좋은 곳에 가셔서 편하게 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효성 형제의 난'을 촉발한 조 명예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도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았다. 형제들과의 분쟁으로 아버지의 임종을 못지킨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울먹이며 입장해 약 5분간 조문을 마치고 떠났다. 부친의 영정 사진 앞에서 1분 넘게 묵념을 한 뒤 조현준 회장과 짧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4대그룹 총수 중에서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모친인 홍라희 여사와 약 30분 간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피한 채 자리를 떴다. 이 부회장은 상주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 유족을 만나 위로의 말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과 조 회장은 1968년생 동갑내기 친구이자 게이오대 유학 동문으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이날 오후 4시 30분께 부인 정지선씨와 함께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한일경제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은 "재계의 큰 거목이 가셔서 아주 큰 손실"이라며 "그동안 전경련도 이끌어주시고 특히 섬유 산업에서는 큰 선구자였는데 가셔서 애석하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조 명예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하던 시절 인연을 맺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등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기렸다. 고인은 2007∼2011년 전경련 회장을 맡아 재계를 대변해 규제 개혁 등을 정부에 건의하고, 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성화에도 앞장섰다.
한 총리는 "(조 명예회장은) 제가 지난번 총리를 할 때 전경련 회장으로 경제계를 대표해서 일을 많이 하고 한미 간에 우호 관계를 맺는데 굉장히 기여를 많이 했다"며 "제가 항상 존경하는 기업인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조문을 왔다"고 말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조현준 회장의 장인인 이희상 전 동아원그룹 회장,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안태완 효성 전 부회장, 봉욱 전 대검 차장검사, 이종찬 전 국정원장,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 등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효성중공업(298040) 임원 20여명과 효성건설 임원 20여명도 빈소를 찾아 '기술 경영'으로 효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고인을 기렸다.
빈소에는 윤석열 대통령 명의의 조화와 고인과 사돈 관계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양쪽에 나란히 놓였다. 영정 사진 앞에는 고인이 1987년 받은 금탑산업훈장도 함께 놓였다.
조양래 명예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등이 보낸 조화도 자리했다.
조 명예회장은 1966년 동양나이론을 설립한 뒤 섬유 관련 주요 기술을 국산화하며 한국 섬유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일본·미국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조 명예회장은 일찍부터 ‘우리만의 기술’을 파고들어 효성을 스판덱스·타이어코드 세계 1위 기업으로 이끌었다.
고인은 숙환으로 지난 29일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했다. 장례는 효성그룹장이며 내달 2일까지 5일장으로 치러진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명예장례위원장을, 이상운 효성 부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는다. 영결식은 내달 2일 오전 8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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