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부터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지표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됩니다. 정책이 혼인과 출생에 미치는 영향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이형일 통계청 청장은 31일 서울 강남의 통계청 나라셈도서관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말에 종합 통계지표 체계를 새로 내놓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저출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인구구조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기초 데이터 발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인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조합이 가능하도록 지역별로 세분화한 수치나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별해 볼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이어 “연말에 종합 통계지표 체계가 새로 구축되면 저출생의 원인도 따져볼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은 이에 대한 사전 작업으로 지난해 말 저출생 관련 기존 통계를 한데 묶어 지표누리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저출생에 영향을 주는 요인과 가족 정책 등 3대 영역으로 통계를 분류했다. 출생아 같은 정량적 수치뿐 아니라 결혼·자녀 희망 의향 등 가치관과 관련된 정성적 지표도 포함됐다. 연말에는 이를 확대 개편한 업그레이드 버전을 공개하는 셈이다.
이 청장은 “(새로운 종합지표 체계를 통해) 1984~1990년에 여아 출생아가 30만 명대로 줄어든 배경이 남아 선호 사상이라는 국민 정서와 산아제한 정책의 결과라는 점을 살펴볼 수 있는 통계가 나올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 이 시기에 태어난 여아들이 현재 30~36세에 접어들어 아이를 한 명만 낳거나 아예 낳지 않다 보니 매년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20만 명대로 떨어졌다. 그는 “지난해 4분기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65명”이라며 “다양한 인구통계지표를 개발해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통계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통계청은 급변하는 인구구조에 대응하고 시의성 있는 정책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장래인구추계 작성 주기를 지난해부터 5년에 한 번에서 2년에 한 번으로 단축했다. 이 청장은 “각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인구구조 관련 데이터를 세분화해달라는 요청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주민들의 구성까지 세세한 추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뿐만 아니라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들과 그들의 자녀까지 추적 관찰이 가능해야 인구절벽에 대응할 적합한 통계라고 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통계청은 이 같은 부처와 지자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전국 단위 인구추계를 시도·시군구 단위까지 세분화할 예정이다. 이 청장은 “시도별 인구추이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많다”며 “통계청은 5월 중장기 지역 발전 전략 수립 지원을 위해 시도 등 광역급 장래인구추계를 공표하고 지자체에는 통계 산출 방법을 알려줘 시군구가 직접 인구문제에 대응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지역인구감소지표 서비스와 생활인구통계 등을 확대하면 지방소멸에 대응할 정책 기반을 갖출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올해 6월부터는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89개 기초지자체의 성·연령별, 내·외국인별 및 체류일수별 생활인구를 작성해 맞춤형 정책 지원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10월께는 지역별 인구 감소 현황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역인구감소 주요 지표도 내놓을 계획이다. 앞서 2월 올해 업무추진계획에서 밝힌 대로 해당 지표에는 시군구별 인구수를 비롯해 △65세 인구 비율 △19~39세 성별 인구 비율 △19~39세 인구 이동률 △추계인구 및 생활인구 등 7개 지표가 포함된다. 이 청장은 “앞으로 인구문제 대응을 위해 필요한 신규 통계 개발 및 통계 개선 사항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통계와 데이터를 통해 인구 위기 대응의 기초를 쌓게 하겠다”면서 재차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청장은 또 각 부처들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통계청 데이터와 결합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통계는 쌓아두는 게 능사가 아니라 응용하고 결합시켜야 제대로 정책에 활용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정 조사군을 추적 관찰하는 패널 데이터 조사가 정책 효과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청장은 “경제 통계는 꽤 오랜 기간 누적·발달돼오다 보니 새로운 통계를 개발하려면 아이디어가 상당히 필요하다”며 “반면 사회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데이터 결합만 잘해도 정책 효능을 높일 수 있는 통계 개발이 가능해 관계 부처와 하루가 멀다 하고 통계를 발굴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각 부처와의 원활한 협업을 위해 그간 통계청장들이 경제장관회의에만 참석해온 데서 벗어나 사회장관회의에도 출석하고 있다.
우선 이 청장은 행정 자료를 활용한 주거비지수 개발과 고령층 노동지표 등을 준비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국민 체감도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행정 자료를 활용한 주거비지수를 개발하고 자가주거비지수를 주 지표로 전환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 청장은 “(주거비와 관련해) 현재는 전월세동향을 파악하려고 1만 2000가구를 직접 방문하는데 현장 조사의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행정 자료를 활용하면 더욱 정확하고 신속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관계 기관과 협업 중으로, 테스트 버전을 우선 운영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시장의 고령화를 감안해 고령층 근로자를 ‘70세 이상’에서 ‘70~74세’ ‘75세 이상’으로 분리해 지난달부터 공표하기 시작한 것도 고용노동부와의 데이터 결합을 통해 가능했다.
기업 데이터를 활용한 통계 개발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통계등록부와 수출 및 중소기업 데이터의 결합, 기업특성별 무역통계도 개선할 계획이다. 이 청장은 “통계청에 모든 법인의 매출과 설립연도 등의 기업 데이터가 있는데 정작 수출 데이터는 빠져 있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에 관세청에서 보유한 기업 수출 데이터를 결합시켜 수출이 좋은 법인의 특성 등을 분석할 수 있도록 통계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1년에 한 번 시차를 두고 내던 기업특성별 무역통계를 분기별로 빠르게 내기로 했고, 연 단위로 발표됐던 지역내총생산(GRDP)을 분기 단위로 바꿔 역시 시의성을 높일 예정이다. 중소기업 지원 데이터까지 포함시켜 정책 지원에 따른 변수를 확인할 수 있게 결합 시너지를 높였다는 게 이 청장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교육부와 협업해 학교 밖 청소년을 추적하는 통계 구축에도 나섰다. 이 청장은 “사각지대에 있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교육부가 관리하고 싶어하지만 대상자 확인을 위한 기초 데이터조차 만들지 못한 형편이었다”며 “이를 돕기 위해 통계청이 가진 청소년 연령대의 인구 통계와 교육부의 재학 정보를 결합시키고 법무부가 가지고 있는 출국한 청소년 데이터를 다시 결합해 학교 밖 청소년 데이터를 추출해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교육부는 이 같은 데이터 통계를 기반으로 올해 하반기 학교 밖 청소년 실태 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가 통계에 대한 신뢰는 과제로 남아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 통계 작성 실태와 관련해 발표된 지난해 9월 감사원 감사 결과와 최근 대전지검 수사 결과에 대해 이 청장의 고심은 남달랐다. 통계 기준과 가중치, 표본에 따라 통계는 전혀 다르게 나오고 해석된다. 이 청장은 “감사원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만은 분명히 했다. 통계의 기준을 바꿀 때 적절한 절차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 청장은 “통계 기준의 변경과 가중치 변화를 줄 때 충분히 여론을 수렴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국민이 알 수 있게 개정해야 한다”며 “기준과 시점·가중치 등에 변화가 필요할 경우에는 바꿀 때가 돼서 바꾸는 것이라는 국민 공감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He is…
△1971년 대구 △1993년 서울대 경제학과 △2008년 미국 텍사스A&M대 경제학 박사 △1992년 행정고시 36회 △2009~2011년 대통령실 경제수석실 행정관 △2014~2015년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 △2020~2021년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2021년 기재부 차관보 △2021~2022년 대통령실 경제수석실 경제정책비서관 △2022~2023년 기재부 차관보 △2023년~ 통계청 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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