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부동산 관련 대출 중 회수가 어려워진 부실채권이 3개월 만에 9000억 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자 기존 정상 또는 요주의 여신으로 분류됐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이 부실 위험이 높은 고정이하 채권으로 대거 변경되면서다.
1일 서울경제신문이 전국 79곳의 저축은행 가운데 자산 규모 1조 원 이상인 31곳의 지난해 말 경영 공시를 분석한 결과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이 2조 7003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의 1조 7727억 원에서 3개월 만에 9276억 원이나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부동산 관련 대출 가운데 NPL 비중도 6.0%에서 9.4%로 3.4%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4%대였던 데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NPL은 석 달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말한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관련 NPL 규모는 꾸준히 확대되다 지난해 하반기 급속히 증가했다. 실제 2022년 말 1조 698억 원이었던 NPL 잔액은 지난해 1·2분기 각각 1000억 원대 늘더니 3분기에는 4000억 원대, 4분기에는 9000억 원대 증가하며 1년 만에 전체 잔액이 2.5배로 불어났다.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되고 부동산 PF 시장이 경직될 것을 우려해 NPL 매각을 독려하고 있다. 6개월 이상 연체된 PF 사업장은 3개월마다 경·공매를 실시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토지 담보 가치나 충당금 선제 적립률 등을 고려할 때 과거 저축은행 사태만큼 건전성이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건전성이 더 악화되지 않으려면 매각 등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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