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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필벌’ 칼 빼든 정용진…연임확정 건설대표 전격 경질

지난달 회장 승진이후 첫 쇄신 인사

이마트 적자 원인된 건설이 첫 타깃

수시 인사 방침에 그룹 긴장감 고조

후임엔 '재무 전문가' 허병훈 내정

허병훈 신세계건설 대표 내정자. 사진 제공=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달 회장직에 오른 후 처음으로 신세계(004170)건설 대표를 경질하는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이마트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결 기준 적자를 내게 만든 자회사 신세계건설 대표에 책임을 묻는 동시에 재무 건전성 확보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인사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은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하고 신임 대표로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내정했다고 2일 밝혔다. 정 대표와 함께 영업본부장인 김상윤 상무와 영업담당 정성진 상무보도 함께 경질하기로 했다. 허 내정자는 곧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에 선임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재무통인 허 부사장을 건설 대표로 내정한 것은 그룹 차원에서 신세계건설의 재무 이슈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이번 인사는 정 회장이 지난 달 8일 회장 취임 당일 첫 일정으로 그룹사 최고경영자(CEO) 회의를 소집해 “고위급 인사는 수시로 하겠다”고 밝힌 후 단행한 첫 CEO 인사다. 특히 정 대표의 경우 지난 달 26일 주총에서 3년 연임이 결정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전격 교체가 결정돼 그룹 내부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신세계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분양 실적 부진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87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이마트가 지난해 29조 4722억 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1993년 창립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469억 원의 첫 적자를 기록한 핵심 원인이 됐다.



허 내정자는 1988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삼성물산 재무담당, 미주총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거쳤다. 2011년부터는 호텔신라 경영지원장 겸 CFO를 맡았고 2018년 7월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전략실 기획총괄 부사장보, 전략실 재무본부장 등을 지냈다. 그는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추가 유동성 확보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춰 재무 안정성을 개선하는 한편 장기적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에도 경영전략실을 개편하면서 실적과 성과 중심의 인사 평가 제도 구축을 주문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은 앞으로도 핵심성과지표를 토대로 CEO를 수시로 평가해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인사 자료는 새 대표를 앞세워 작성하는데 이번 자료를 보면 물러나는 대표를 부각시켜 교체도 아닌 경질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신세계그룹의 쇄신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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