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월배당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경쟁적으로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놓고 있다. 급기야 연간 15%의 분배율(배당)을 목표로 하는 상품까지 출시되는 등 커버드콜 ETF가 몸집을 급격히 키우는 양상이다.
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미국500 15%프리미엄분배’, ‘ACE 미국반도체 15%프리미엄분배’, ‘ACE 미국빅테크7+ 15%프리미엄분배’ ETF를 신규 상장할 예정이다. 이 상품들은 각각 미국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500개 기업, 반도체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 빅테크 기업 7개에 투자하는 동시에 콜옵션(매수 청구권)을 매도하는 ‘커버드콜’ 전략을 취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커버드콜 전략을 섞은 ETF를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커버드콜은 주식·채권 등 기초자산을 매수하면서 동시에 콜옵션을 매도해 배당 자금을 마련하는 전략이다. 콜옵션은 기초자산을 매달 돌아오는 옵션 만기일이나 그 이전에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기초자산과 옵션 가격의 차이만큼 옵션 프리미엄이 발생하는데, 이를 매달 혹은 매분기 투자자들에게 배당 형식으로 지급한다. 커버드콜 ETF 투자자는 미래 수익을 포기하고 콜옵션을 곧바로 매도해 그 차익만큼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커버드콜 ETF는 그간 시장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2022년 말만 해도 국내 상장 커버드콜 ETF는 6개, 순자산은 940억 원으로 1000억 원을 밑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5개 상품이 신규 상장하면서 순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7757억 원까지 커졌다. 아울러 올 들어 커버드콜 ETF 4개가 새로 등장하면서 전체 순자산은 1조 8179억 원까지 커졌다.
커버드콜 ETF가 단기간에 급성장한 것은 안정적인 월배당에 대한 수요가 커진 가운데 최근 커버드콜 ETF가 두 자릿수의 연간 분배율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커버드콜 ETF는 옵션 프리미엄을 한 자릿수로 정해뒀는데, 올 들어서는 적게는 10~15% 수준의 프리미엄을 확보하려는 ETF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목표로 설정한 15%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기 위한 개인 투자자들이 매달 1% 넘는 월배당을 받을 수 있는 커버드콜 ETF에 큰 관심을 보인 것이다. 실제 개인은 올해 커버드콜 ETF를 총 6041억 원 순매수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배당만 바라보고 투자할 경우 상승장에서는 수익이 제한되고 하락장에서는 자산의 손실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고배당이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10만 원짜리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면서 옵션으로 5000원을 확보해 배당을 지급하는 상품은 주식이 11만 원이 될 경우 사실상 5000원의 수익은 얻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하락장에서는 하단의 제한이 없어 기초자산의 하락률만큼은 아니지만 사실상 무제한 손실이 가능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커버드콜 ETF는 횡보 성격의 장세에서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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