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냉해·태풍·폭염 등의 재해에 강한 신품종 사과 재배 비중을 40%까지 확대한다. 특히 당도와 과즙·크기 등에서도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품종을 개발·보급하기로 했다.
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2010년부터 ‘후지(부사)’ 사과의 약점을 보완한 고품질 대체 품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기준 부사는 전체 사과 재배 면적의 66.0%를 차지했다. 부사는 저장성과 당산비(당도·산도 비율)가 좋은 대신 사과가 충분히 빨갛게 물들지 않아 당도가 떨어지거나 갈변 현상 등이 나타나는 게 단점이다. 10월에 주로 수확돼 추석이 빨리 찾아오면 수급 불안이 생기고 1인 가구 증가에 부사보다 크기가 작은 사과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정부에서는 수급 안정과 국민들의 선호도 변화에 대응할 품종으로 ‘아리수’와 ‘감홍’ 등 국산 품종을 꼽고 있다. 9월 상순에 수확이 가능한 아리수는 과즙이 풍부하고 식감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탄저병에 비교적 강하고 수확 전 낙과나 변색·변형 등이 거의 없다는 점도 강점이다. 2015년까지만 해도 재배 비중이 0.7%에 불과했던 감홍은 특유의 향기가 있고 단맛이 강하며 맛이 뛰어나다. 지난해 재배 비중이 2.5%로 늘기도 했다.
정부는 미니 사과인 ‘루비에스’, 노란 사과 ‘골든볼’, 7월 중순부터 수확이 가능한 ‘썸머프린스’ 등의 재배를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33.9%였던 신품종 재배 비중을 2030년까지 40%로 높인다. 특히 선호도가 높아진 중소과는 전체 면적의 5%까지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중소과로 생산 방식을 전환할 경우 사과가 많이 달려 생산량이 기존보다 32.5%가량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사과의 경우 출하 시기뿐만 아니라 출하 용도까지 관리하는 지정 출하 방식 도입을 검토하고 지난해 기준 전체 재배 면적의 1.1%에 불과한 냉해 예방 시설 보급률을 2030년까지 30%로 확충할 계획이다. 또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 적지 북상에 따라 강원도를 새로운 사과 산지로 키운다. 강원 정선과 양구·홍천·영월·평창 등 5대 사과 산지 재배 면적을 지난해 931㏊(헥타르)에서 2030년 2000㏊로 넓힌다.
배는 저장력이 우수한 ‘신화’, 초록색 외관에 당도가 높은 ‘그린시스’ 등의 재배를 확대한다. 배 신품종 비중은 지난해 14.7%에서 2030년 25%까지 높인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신품종에 대해서는 품목별 자조금을 확대해 초기 시장 형성기 동안 가격 하락과 판매 손실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품종과 중소과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판매 규격과 표시 제도를 내년까지 개선한다. 미국은 사과를 판매할 때 당도와 당산비·과즙 등을 모두 표시하는데 한국은 당도 정도만 표시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신품종 과일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대도시 위주로 신품종을 시범 유통하고 소비 촉진 판촉 행사를 집중 추진하기로 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전 국민이 국산 과일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올해 생육 관리와 중장기 생산 체계 전환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유통 구조 개선, 소비 트렌드 반영 등을 통해 국산 과일의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