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유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며 4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가 일제히 1%대 하락 마감했다. 유가 또한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90달러를 돌파, 인플레이션 부담을 더하고 있다.
이날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35% 하락한 3만8596.98에 마감했다. 지난해 3월 22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23% 하락한 5147.21에, 나스닥 지수는 1.4% 내려 1만6049.08에 각각 마감했다.
연준 ‘매파’로 꼽히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발언이 증시에 파란불을 켰다. 그는 이날 투자전문지 '연금과 투자'(P&I) 주최 온라인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계속 횡보한다면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인플레이션이 현 상황처럼 유지된다면 금리 또한 유지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카시카리 총재는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올해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것을 전제로 2회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연준 위원 전망치 중간값인 3회보다 낮은 수치를 제시한 것인데,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된다면 이조차 필요 없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상승세로 출발했던 뉴욕 3대 지수는 카시카리 총재 발언이 알려진 후 일제히 하락 전환했다. 올해 증시 상승을 이끌던 인공지능(AI) 관련주도 엔비디아 3.44%, AMD 8.26%, 알파벳(구글)이 2.83%, 마이크로스프트(MS) 0.61% 내리는 등 힘을 못 썼다. 퀄컴과 브로드컴도 각각 2.39%와 3.35% 내렸고 마이크론도 3.06% 하락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미국 3월 고용보고서 발표도 시장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다우존스 집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3월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 증가 폭이 전월 대비 20만 건으로 2월 27만5000건보다 줄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올해들어 고용 증가폭이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계속되고 있어, 3월에도 고용이 크게 늘었다면 연준 금리 동결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준은 올해 금리 인하에 앞서 인플레이션 둔화가 확인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노동시장 과열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다.
유가 상승도 인플레이션 부담을 키운다. 국제유가는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미사일 공격 등으로 중동 확전 우려가 커지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날 종가 대비 1.5% 오른 배럴당 90.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처음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1.36% 오른 배럴당 86.59달러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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