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인공지능(AI) 솔루션과 반도체 장비 사업을 분리하고 방산 중심 기업으로 거듭난다. 그룹 내 방산 사업을 통합한 뒤 비주력 사업을 떼어내고 지상·해양·체계까지 아우르는 방산 순혈 기업으로 새출발하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일 이사회를 열고 신설 법인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가칭) 지주를 설립하는 내용의 인적 분할을 의결했다.
신설 법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인 한화비전(솔루션)과 한화정밀기계(반도체 장비)를 100% 자회사로 두게 된다. 인적 분할 후 그룹 지주사인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지분을 각각 33.95%씩 보유한다. 임시 주주총회와 분할 신주 배정을 거쳐 9월께 기업 분할이 완료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산 자회사인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 중심으로 나뉜 부분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에 둔 방산 사업구조 재편이 마무리됐다는 의미가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지상 방산 분야인 한화디펜스를 인수하고 2023년 정밀유도무기 부문의 한화방산과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차례로 인수해 방산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한화 측은 “방산 사업의 구조 재편을 완성한 것”이라며 “사업 혼재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을 막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방산의 기능이 더 강화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은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 9조 3590억 원, 영업이익 6911억 원을 거두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증권가는 올해 매출이 1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해외 신규 수주가 계속되고 있고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차세대 발사체 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올해 실적을 이끌 요소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는 신설 법인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비전은 차세대 사이버 보안과 AI, 클라우드 등 솔루션 확장에 투자를 이어왔고 최근 2년 연속 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 한화정밀기계는 고대역폭메모리(HBM)용 신공정 장비인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방산과 사업이 달라 체계 일원화가 쉽지 않았던 만큼 이번 결정으로 의사 결정이 빨라지고 전문성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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