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와 정부 주요 인사, 정치권 원로들이 한 표를 행사하며 지지층을 향해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여야 모두 높은 사전투표율이 자신들에 유리할 것이라는 자체 평가를 내세우며 유권자들을 상대로 막판 표심을 공략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부산 강서구 명지1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사전투표를 했다. 통상 현직 대통령은 내외가 함께 투표장에 나서지만 이날 김건희 여사는 동행하지 않은 채 대통령실 참모진과 투표소를 찾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서울 삼청동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마쳤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의도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유럽처럼 투표율이 80~90%는 돼야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인을 심판하고 꾸짖는 것이 나라와 시민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성상납 막말’ 이대 찾은 韓, ‘입틀막’ KAIST행 李=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화여대 앞 신촌동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선거 막판에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이대생 미군 성상납’ 발언 논란을 부각시켜 중도층과 젊은 층의 표심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투표를 마친 뒤 “투표장에 나가면 (국민의힘이) 이기고 투표장에 나가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망한다”고 투표를 독려했다. 지지층 일각의 ‘사전투표 불신론’을 겨냥해 “남들은 3일 동안 싸우는데 우리는 하루 동안 싸우면 절대 못 이긴다”며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사전투표를 진행한 뒤 “‘입틀막’당한 KAIST 학생들과 과학기술의 중요성, 정부 정책의 무지함 등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방침과 윤 대통령에게 항의하던 졸업생이 경호원들에게 끌려나간 ‘입틀막’ 사건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다. 이 대표는 “전국 박빙 지역 50~60석의 향배에 따라 국민의힘이 과반을 차지하고 민주당이 과반을 놓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여기 계신 분들이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투표를 독려해주면 전국의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최근 범야권 지원에 나선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경남 양산시 하북면주민자치센터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했다. 문 전 대통령은 투표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투표해야 심판할 수 있고 투표해야 바뀐다”고 강조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이준석(경기 화성을) 개혁신당 대표는 각각 부산과 화성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긴 투표용지 당황”…투표소 촬영하려다 실랑이도=총선 사전투표 첫날 오전부터 전국의 투표소들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유권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송파구 문정2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를 방문한 60대 김 모 씨는 “지금까지 정치인들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의 마음이 다른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초심을 유지해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하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청년에 대한 관심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대학원생 이 모(27) 씨는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정치하는 분들이라면 미래 세대를 위한 공약을 관심 있게 만들고 양성해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비례정당이 난립해 투표가 어렵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번 총선에서는 38개 정당이 비례대표를 내보내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무려 51.7㎝에 달한다. 동작구 사당제2동 사전투표소를 방문한 50대 여성 A 씨는 “홍보물을 보고 왔지만 투표용지가 생각보다 너무 길어 당황했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김 모(24) 씨도 “득표율이 적으면 선거비용도 회수되지 않을 텐데 너무 많은 정당이 나온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전투표 열기가 과열된 만큼 전국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소동도 잇따랐다. 계양2동 사전투표소에서는 한 남성이 선거인 감시를 위해 카메라를 내부에 설치하려다 제지당했고 경기 평택시의 한 사전투표소에서는 특정 정당을 찍어달라며 주취 소란을 피운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정부의 물가 대책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투표장 내 ‘대파 인증샷’을 찍으려다 직원들에게 가로막히는 해프닝도 투표소 곳곳에서 펼쳐졌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파를 ‘정치적 표현물’로 간주해 직원들에게 투표장 내 ‘대파 반입 금지’ 지침을 숙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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