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연내 수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재확인되었다. 당일 미국 달러화는 주요국 통화 대비로 약세를 보였다. 다음날 스위스 중앙은행은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해 버렸다. 예상치 못한 뉴스에 스위스 프랑화는 미 달러화 대비 큰 폭의 약세를 보였다. 그보다 2~3일 전에는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시장이 오랫동안 예상해 왔기 때문일까. 엔화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 이상의 뉴스들은 모두 금리변동에 따른 환율의 반응에 관한 것들이다.
우리는 이론적으로 금리와 환율의 관계를 얘기할 때 ‘유위험 금리평형(Uncovered Interest rate Parity·UIP)’ 조건을 가정한다. 양국간 금리격차가 있어도 환율의 예상변동을 감안하면 양국의 기대수익률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등식을 풀어보면 현재 환율은 미래 예상환율과 상대국 금리에는 비례하고, 자국 금리에는 반비례하는 관계를 나타낸다. 양국의 금리가 다르게 주어지면 미래 환율 기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위험(uncovered)이라 이름 붙여졌다.
이 조건에 따르면 금리인하는 단기적으로 자본유출 가능성으로 미래 예상 환율을 상승시키고 이는 다시 현재 환율을 상승시킨다. 이후 양국의 기대수익률을 일치시키도록 예상 환율 변동률이 조정되어야 하므로 환율은 점차 하락한다.
사실 자본 이동이 자유로운 매우 효율적인 시장 메커니즘을 가정한 것인 만큼 이론과 현실 간 벽은 엄연히 존재한다. 그동안 국내외 연구보고서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리스크 프리미엄이나 예측 오차 변동으로 인하여 통화정책의 환율파급경로가 제약된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으로 올수록 UIP 조건을 어느 정도 부합한다는 분석 또한 나와 있다.
우리나라 4월 금통위가 얼마 남지 않았다. 미국은 경제 지표가 양호하여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내수 부진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과거의 경우를 보면 금통위를 앞두고 UIP 조건을 들어 금리를 내리면(올리면)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하락)을 자극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필자는 원·달러 환율을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금리 격차에 의해 설명하는 것은 너무나 한계가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국제 외환시장에서 형성된 미 달러화 가치, 소위 글로벌 미 달러화 가치를 우선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무적으로는 블룸버그 통신사가 유로화, 스위스 프랑화, 일본 엔화, 캐나다 달러화, 영국 파운드화, 스웨덴 크로네와 등 6개 주요 통화의 미 달러화 대비 가치변동을 각 경제 규모로 가중하여 만든 인덱스(DXY)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즉, 미국과 여타 ‘주요국’ 간의 금리 격차의 변동에 따라 달러인덱스가 변동하며 그 ‘주요국’에 포함되지 않는 우리나라는 달러인덱스의 흐름에 따라 통화정책 방향이 환율에 미치는 중요성이 달라진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사례를 들어보자. 2022년 중 미국의 유럽 등과 차별화된 공격적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국제 외환시장의 달러인덱스가 급등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앞서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미 달러화 가치 상승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실제로 당시 금통위 때마다 금리 결정에 환율문제가 고려되었는지가 큰 관심사였다. 한국은행이 정부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미 연준으로부터는 독립적이지 않다는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도 이때 나온 것이었다.
반면 2023년 들어서는 주요국과 미국 간의 통화정책 차별화 정도가 다소 줄어든 영향으로 국제 외환시장의 달러인덱스도 다소 안정되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에도 불구하고 환율에 대한 우려를 뒤로 하고 금리를 동결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금리 인상 대열에서 결코 뒤지지는 않았으나 만약 주요국들과 미국 간의 통화정책 차별화 이슈가 지속되었다면 우리나라 환율 안정은 기대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단순하게 정리하면 결국 국제 외환시장 달러인덱스의 움직임이 우리나라 통화정책 방향에 있어서 중요한 지표가 된다고 볼 수 있다. UIP 조건에 너무 집착하여 우리나라 금리를 내리면 원화가 약세, 금리를 올리면 원화가 강세가 될 수 있다는 단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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