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매파로 꼽히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올해 금리 인하를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물가가 여전히 3%대를 기록하고 국제유가가 꿈틀대는 상황에서 건설투자 위축과 내수 침체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7원 오른 1352.8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의 6월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멀어지면서 달러 강세가 나타난 결과다. 전직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1350원 이상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한은이 크게 경계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 경제가 계속 좋고 중국은 경기 둔화에 밀어내기 수출을 하고 있어서 원유 수요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1%대 성장을 각오하지 않으면 물가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주변 환경이 녹록지 않다. 지난달 중순 1310원 선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유가 역시 고공 행진 중이다. 6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4일(현지 시간) 전 거래일 대비 1.5% 오른 배럴당 90.65달러에 마감했다.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1.4% 상승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국제유가가 95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본다”며 “중장기로는 유가 전망치를 80달러대 중반에서 80달러대 후반으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물가 또한 불안하다. 2월과 3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3.1% 오른 데다 3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전월보다 0.2%포인트 오른 3.2%를 기록했다. 농산물 가격이 불안한 데다 국제유가 오름세가 작용한 결과다. 농산물뿐 아니라 조미김과 초콜릿 등 가공식품으로 물가 상승세가 확산하고 있는 점도 골칫거리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를 반영한 실질 정책금리는 미국이 3% 정도라면 한국은 제로 수준”이라며 “실질소득이 줄어서 임금 인상 욕구가 누적돼 있는 상황이어서 이것이 서비스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상당히 많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내 경기는 한은 입장에서 걱정거리다. 지난해 1.4% 성장한 상황에서 두 해 연속 1%대 성장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상대적인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중소기업은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이자비용 부담이 늘어 경영상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채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점 역시 부담이다. 2월 초만 해도 연 3.8% 수준이었던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현재 4.3%대까지 뛰었다. 한은은 한국의 10년물 국채금리와 미 장기 국채금리 간 상관계수는 2022~2024년 중 0.9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더 연관이 깊다는 뜻이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에 한국도 올라탈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내수 회복과 건설경기 개선을 위해 금리 인하 카드가 필요하지만 상황이 부담스럽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석태 한국SG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은 6월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인하한 뒤 강달러 현상이 어떻게 흘러갈지 우선 살펴볼 것”이라며 “물가의 2%대 안착, 부동산 경기 흐름을 함께 보면서 하반기 이후에나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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