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취임 이후 공식 업무일의 절반 이상 대외 일정을 소화하면서 기재부 업무 방식도 현장형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29일 임명된 이후 이날까지 35번의 현장형 일정을 소화했다. 국무회의·장관회의·국회일정 등 부총리로서 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정부 일정을 제외하고 시민들과 만나거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등의 일정만 계산한 수치다. 부총리로 임명된 뒤 공휴일과 주말을 제외한 공식 업무일이 66일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틀에 한번 이상 현장을 찾은 셈이다. ‘최상목 기재부’가 시작된 이후 차관은 물론 실·국장급의 현장 방문도 부쩍 늘었다. 4월 첫주만 해도 김병환 1차관은 자산지상 밸류업을 지원하기 위해 하니 카블라위 뉴욕멜론은행 국제 총괄은 만나고 김윤상 2차관은 서울바이오허브를 찾아 보건의료 R&D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최 부총리가 지난달 기자들을 만나 “현장에 진심인 기재부라는 평판을 듣고 싶다”고 말한 대로 부처 전체가 대면 소통을 늘려가는 모습이다.
최 부총리는 취임식을 하기 전부터 현장으로 나갔다. 새해 첫날 ‘홍대 걷고싶은 거리’를 찾아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2월에는 실무자들과 함께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을 찾기도 했다. 소관기관 업무보고도 현장에서 이뤄졌다. 최 부총리는 1월 26일 전북 군산비축기지에서 조달청 업무보고를 받았다. 군산비축기지는 조달청 비축기지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으로 약 7만 톤의 비철금속과 희토류 등을 보관하고 있다. 공급망 안정에서 조달청이 맡은 역할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 행보다. 최 부총리는 통계청 업무보고 날에도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국립암센터 내 통계데이터센터를 방문해 신규 통계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부총리가 청사 회의실이 아니라 현장에서 업무보고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안 맞춤형 행보도 이어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과일류 물가 상승세가 심각해지자 두 차례에 걸쳐 사과 생산 현장을 직접 찾았다. 가락 농수산도매시장과 성남 하나로마트도 방문해 정부의 할인 지원이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적용되고 있는지 꼼꼼히 살폈다.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늘봄학교 추진에 고삐를 죄는 것에 발맞춰 최 부총리는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를 찾아 일일교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자료를 활용해 ‘환율’ 개념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 부총리는 현장 행보에서 화제성이나 의전에 집중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를 내는 것을 주문하다보니 최 부총리의 현장 방문은 실무자의 2·3차 방문으로 이어진다. 현장과 소통하고 그 결과도 꼭 보고받는 편”이라고 전했다. 홍보나 보도를 목적으로 현장 일정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현장 일정은 취재 기자를 대동하지 않는 비공개 방식으로 진행됐다. 취임 100일을 맞은 6일에도 최 부총리는 특별한 공개 일정을 소화하지 않았다. 기재부는 최 부총리 취임 100일과 관련된 행사는 별도로 준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자 중심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최 부총리의 업무 스타일도 기재부 공무원들 사이에서 호평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일요일에 열리던 정책점검간부회의를 금요일로 옮긴 것이 대표적이다. 부총리와 1·2차관, 주요실·국장이 모두 참여하는 회의가 일요일에 열리면서 자연스럽게 파생되던 실무자들의 야간·휴일근무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부총리는 정책 보고 과정에도 담당 사무관을 자주 배석시키는 편”이라며 “즉석에서 문답이 오가며 불필요한 보고과정 없이 정책 의사결정이 빠르게 마무리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 부총리는 기재부 차관과 실·국장급이 참여하는 확대간부회의에서도 “직원들이 소모된다고 느끼기 보다 전문성 훈련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야 조직이 선순환 한다”며 젊은 공무원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인사·조직 문화와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나가는 ‘워크 다이어트’를 강조했다고 전해졌다.
최 부총리는 기자 및 실무진과의 소통에도 신경쓰고 있다. 기재부의 한 국장은 “최 부총리는 과거 부총리에 비해 세종에 체류하는 날이 많은 편”이라며 “기자들과의 만남에도 적극적이고 젊은 사무관들과도 면밀히 소통한다”고 귀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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