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사전투표가 역대 최고 투표율로 마무리된 가운데 여야는 남은 선거운동 기간을 모두 수도권 민심을 잡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국회의원 배지 122개가 달려 있는 수도권에서 접전지만 수십 곳에 달하는 만큼 여야는 수도권에서 단 한 표라도 더 많이 확보한 당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7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8~9일 수도권 접전지를 중심으로 지원 유세를 할 예정이다. 앞서 한 위원장은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순회한 뒤 6일 부산·울산·경남·대구를 방문했다. 이날 대전·충남·충북 등 충청권을 모두 훑고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오는 ‘경부선 상행선’ 유세다. 전통적 지지층을 우선 결집한 뒤 부동층이 많은 지역 순서대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0시 직전까지 남은 시간을 모두 수도권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미 선거운동 기간 마지막 주말인 전날과 이날 수도권에서만 15개 지역구를 돌았다. 특히 이 대표는 민주당의 전통적 험지인 강남 3구에 속하는 강남을과 서초을, 송파갑·을·병을 잇달아 방문하며 공격적인 유세 행보를 펼쳤다.
이 대표는 마지막 선거 유세를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에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도 용산에서 연 바 있다.
거대 양당 지도부가 수도권에서 막판 총력전을 펴는 것은 그만큼 수도권 판세가 백중세인 곳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전국 254개 지역구 중 각각 55곳과 50곳을 ‘경합 지역’으로 분류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 중 수도권 경합지는 적게는 26곳(국민의힘)에서 많게는 40곳(민주당)에 달한다.
우선 서울에서 국민의힘은 15곳, 민주당은 12곳 정도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여 표 차이가 500~1000표 내에서 갈릴 것으로 분석했다. 대부분 용산, 영등포을, 동작을, 중·성동을 등 ‘한강 벨트’로 묶이는 지역구다. 민주당은 용산과 동작을, 국민의힘은 양천갑과 강동갑이 상대 당으로부터 빼앗아 올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기대한다. 민주당은 험지인 강남을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많은 의석(60개)이 걸린 경기는 전반적으로 민주당이 우세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막판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한 위원장이 유세 때마다 막말 논란이 불거진 김준혁 민주당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것도 경기 수원정에서 이수정 국민의힘 후보가 김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 중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 보수 정당의 성적표가 좋았던 용인갑과 ‘신인 대결’ 구도가 펼쳐진 오산도 국민의힘이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스윙보터(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자 민주당은 고물가 등 민생 문제 부각에 화력을 집중해 정권 심판론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유세에서 윤석열 정권을 겨냥해 “회초리를 들어서 안 되면 권력을 빼앗아야 한다”며 “외교 망신, 국격 훼손, 경제 폭망, 민생 파탄, 민주주의 파괴까지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험지인 서울 서초을에서도 “서초는 전통적으로 보수 여당 후보들을 선택해왔다”면서 “윤석열 정권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을수록, 믿으면 믿을수록 더 엄하게 4월 10일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 위원장은 이날 충청 유세에서 “저희 분석에 따르면 접전 지역에서 골든크로스가 상당수 나타나고 있다”며 지지자들에게 본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국민의힘 후보가 접전지 지지율에서 민주당 후보를 역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한 위원장은 “중심은 본투표”라며 “기죽지 말고 (투표장에) 나가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권성동·나경원·윤상현 등 당 중진들도 일제히 기자회견을 열고 낮은 자세로 지지를 호소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 중진이자 대표적인 친윤계 인사로 꼽히는 권성동 강원 강릉 후보는 “국정에 난맥이 발생했을 때 상세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자세가 부족했다” 면서도 “극단주의 세력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오직 국민의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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