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이번 주부터 시중은행을 연달아 만나는 것은 2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상화 과정에서 시장 충격을 완화할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은행이 담당해줘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7일 금융 당국 및 금융 업계에 따르면 당국이 PF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앞서 예고한 조치들은 대부분 사업장 정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당국은 금융사들이 참여하는 ‘PF 대주단 협약’을 개정해 사업장 만기 연장 조건을 한층 높이고 PF 사업장 평가 기준을 강화해 지지부진한 사업장 경·공매 작업에도 속도를 붙이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 업계에서는 당국이 경·공매 활성화 등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자칫 사업성이 높은 곳마저 제값을 받지 못한 채 처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량 사업장마저 헐값에 처분되면 채권을 보유한 2금융권 금융사들의 재무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PF 대출 부실이 불어나면서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총 5559억 원의 순손실을 내고 9년 만에 적자 전환한 상황인데 투자한 사업장마저 헐값에 매각된다면 추가 손실이 발생해 재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자금난에 공정이 지연되는 사업장이 늘어날수록 2~3년 뒤 주택 공급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에 시중은행의 풍부한 자금이 사업장에 흘러갈 수 있도록 길을 터놓아야 한다고 당국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각 사 면담을 통해 시중은행이 사업장 인수를 주저하는 이유를 파악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인센티브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당국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저축은행 사업장을 시중은행이 무조건 인수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부동산 경기가 불확실하다 보니 시중은행들로서는 사업장 인수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텐데 당국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풀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들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저축은행 업계는 이번 면담을 계기로 사업장 자금난이 해소될지 주목하고 있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당시 시중은행이 4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내놓으며 사태 수습의 마중물 역할을 했던 점도 기대를 키우는 대목이다. 시중은행은 2011년 저축은행이 브리지론 형태로 갖고 있던 채권을 본PF로 전환하거나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PF 사업장에서 저축은행이 회수하려는 몫을 인수하는 형태로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시중은행에서 PF 업무를 담당하는 한 인사는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사업장 가격이 지금보다 30%가량 떨어지는 곳까지 나올 것”이라면서 “적정 가격으로만 인수할 수 있으면 나중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장도 제법 있어 이미 일부 은행은 인수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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