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 0.72명.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산율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산율은 2022년 0.78명보다 0.06명 줄었다. 2015년 이후 8년째 감소세가 유지되고 있는데 올해 출산율 예상치는 더욱 심각하다. 통계청이 밝힌 올해 출산율 전망은 0.68명이다. 마지노선으로 불리던 ‘0.7명’의 기준이 위협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저출산의 심각성은 전 세계적으로 도드라진다. 연간 합계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2021년 기준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58명이지만 우리나라는 0.81명으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여성의 첫째 아이 출산 연령도 우리나라는 32.6세로 OECD 평균인 29.7세를 상회해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인구 규모는 계속 축소되고 여기에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생산연령의 인구도 역시 줄고 있다. ‘인구절벽’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언급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출산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출산율 하락은 단순히 인구 감소와 구조 변화에 그치지 않고 경제와 사회·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일부에서는 인구통계를 국가 경쟁력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주요한 저출산 원인으로는 결혼·주거 비용 등 경제적인 부담으로 인한 ‘결혼 기피 현상’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자녀 양육 비용도 출산을 망설이게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 우선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남성과 여성이 주거 걱정 없이 결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후에는 경제적 부담 없이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분야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역시 이를 위해 태아(아기)와 엄마를 위한 ‘우체국 대한민국 엄마보험’을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출시해 무료로 가입해주고 있다. 엄마보험은 17~45세의 임신 22주 이내 임신부가 가입할 수 있고 자녀의 희귀 질환(1248개)과 임신부의 주요 질병(임신중독증, 임신성 고혈압·당뇨병)을 동시에 보장한다. 병력과 건강 상태 관계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보험료는 우체국이 전액 지원하며 갱신 절차 없이 만기까지 지원되도록 설계됐다. 이 보험은 기존 보험에서 임신 질환, 태아 기형 희귀 질환 등을 보장하지 않거나 산모 병력에 따라 가입이 거절되는 보장 공백 발생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장점이 있다. 저출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우체국만의 ‘4대 국민 생활밀착형 서비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저명한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지속될 경우 2750년 지구상에서 한국이라는 국가가 소멸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콜먼 교수의 경고가 충격으로 여겨지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저출산은 우리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임이 틀림없다. 정책적인 노력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사회·기업 등 모든 국민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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